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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서 쓸쓸하게 죽은 아빠의 '낡은 휴대폰'에 담겨 있던 '카톡' 사진

어렸을 적 아빠랑 떨어져 살아서 초등학교 이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아빠를 다시 본 것은 다름아닌 영정 사진 속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뭐가 어렵다고 사진도 그냥 보내줄 걸....."


어렸을 적 아빠랑 떨어져 살아서 초등학교 이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아빠를 다시 본 것은 다름아닌 영정 사진 속이었다.


가정폭력이 심했던 아빠는 술만 마시면 때리고 집안 물건 다 깨부수기 일쑤여서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죽을 줄은 몰랐다.


나한테는 항상 싫은 소리만 했으면서 정작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붙었다", "멋지게 잘 자랐다", "너무 잘 컸다"고 칭찬하고 다녔다는 아빠.


사진 안 보내줘서 카톡 프로필 사진 캡처한 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한테 자랑했다는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미치겠다.


대학 어디가는지 말하는게 뭐가 어렵다고, 사진도 그냥 보내줄 걸. 그냥 보내는 카톡 답장이라도 할 걸 그랬다.


아빠와 추억할게 없어서 눈물도 안 나오는 내 꼬라지가 진짜 너무 비참하다. 아빠, 그곳에서는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요.


인사이트Facebook 'yonseibamboo'


어느 한 대학생이 고시원에서 쓸쓸하게 돌아가신 아빠에게 쓴 장문의 글이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지난 8일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초등학교 이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아빠가 영정사진으로 돌아왔다는 대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대학생 A씨는 "화장 끝나고 아빠 집에 들러서 짐을 가지러 갔는데 사람 사는 꼴이 아니었다"며 "고시원 사장님이 USB 아빠거라고 주고 가서 노트북에 꽂아 열어봤더니 이력서가 두 장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몰골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산송장이 그래도 살아보려고 이력서를 썼던 거다"며 "메모지도 변변치 못해서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메모지에 자기 필체로 이것저것 써 놨는데 그 메모지가 사람 마음을 후벼 판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적 A씨의 아빠는 폭력이 심했다. 그래서 술에 취하시면 때리고 집안 물건을 깨부수기 일쑤여서 A씨는 그런 아빠가 너무 싫었다.


A씨는 "아빠한테 연락 왔을때 차단하고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정말로 죽을 줄은 몰랐다"며 "그게 마지막일줄은 더더욱 몰랐다. 내가 그따위로 말해서 그렇게 된 걸까"라고 스스로를 책망했다.


이어 "아빠는 참 마지막까지 웃긴 사람이다"며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붙었다', '멋지게 자랐다', '너무 잘 컸다'고 칭찬하고 다녔단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빠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아이가 너무 잘 크지 않았냐며 A씨 카톡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 놓은 것을 여기저기 보여주며 자랑하고 다녔다.


A씨는 "그냥 얘기할 걸 그랬다. 대학 어디가는지 말하는게 뭐가 어렵다고"라며 "사진도 그냥 보내줄 걸 그랬다"고 지난날 자신의 철없는 행동을 반성했다.


그러면서 "만나러 앞에 까지 찾아왔으면 한번이라도 볼 걸 그랬다"며 "아니 그냥 보내는 카톡 답장이라도 할 걸 그랬다"고 아빠의 빈자리를 그리워했다.


고모와 친척들은 아빠의 죽음에 소리내 울었지만 정작 A씨는 아빠와의 좋은 기억이 없어서 눈물이 안 나왔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 아빠한테 맞은 기억과 새벽에 도망간 기억 밖에 없어 추억할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하다고도 털어놨다.


A씨는 "그래도 고모가 '너네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미 간사람이니 맘에 담아둔 거 있으면 용서하라고 불쌍한 놈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 아빠 사과 받은 걸로 할게. 다 용서할테니까 미련 없이 가"라며 "거기서는 평생 갖고 살던 열등감, 자괴감 다 버리고 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라고 마무리 지었다.


인사이트Facebook 'yonseibamboo'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난 이 사람 마음이 지금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져서 공허한지 알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적이어도 놓을 수 없는 그 가족이란 끈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라고 A씨의 마음을 대변했다.


다른 누리꾼은 "좋은 추억들로 꽉 채워지지가 않아서 슬픈 추억들을 억지로 끼워 맞춰서라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해야되나... 마음이 아프다"고 A씨의 심경에 대한 공감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글이 너무 담담하고 잔잔하다"며 "썩어 뭉그러진 감정을 다 담아내려 썼지만 텅 빈글만 남았어. 이제는 평온했으면"이라고 A씨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위로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아빠를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글로 담담하게 담아낸 A씨의 마음에 공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이미 간 사람이니 용서하라는 고모 말씀처럼 아빠를 용서하고 행복을 기원한 A씨의 진심은 자식으로서 원망과 후회가 섞인 눈물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빠를 향한 A씨의 절절한 심경이 담긴 해당 글은 누리꾼들의 공유를 통해 계속 확산되며 눈물 짓게 하고 있다.


길에서 아무것도 못 먹어 배고픈 아이가 빵을 사달라고 한다면? (영상)길에서 교복을 입은 한 아이가 다가와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고프다며 빵을 사달라고 부탁했을 때 시민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