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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빠진 '군함도' 설명에 일본인들은 "에~ 스고이"를 연발했다

군함도(하시마 섬)는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와 갖은 학대를 당한 비극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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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군함도(軍艦島). 일본 이름은 하시마(端島) 섬.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약 18km 떨어진 하시마 섬은 전경이 군함처럼 생겼다고 하여 '군함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군함도(하시마 섬)는 원래 남북 약 320m, 동서 약 120m의 작은 섬에 불과했다. 하지만 1810년 석탄이 발견된 이후 6차례에 걸쳐 매립·확장 공사를 진행, 둘레 약 1.2km(남북 약 480m, 동서 약 160m), 총 면적 0.063㎢에 이르는 현재의 크기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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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2015년 9월 MBC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하시마 섬의 비밀' 특집을 통해 알려졌듯이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와 갖은 학대를 당한 비극의 섬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2015년 7월)된 '관광지'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징용을 인정하지 않고 철저하게 은폐하며 '진실'을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


그런 군함도를 직접 찾았다. 일본 정부가 무엇을 은폐하고 또 조작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많은 진실이 숨겨지고 조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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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시가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


나가사키 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군함도로 가던 중 미쓰비시 조선소를 발견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 기업' 미쓰비시는 18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나가사키에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선소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지금도 일본 해상 자위대의 이지스함이 건조 중이며 일본의 침략 전쟁(1890년~1945년) 당시 군함 82척과 어뢰 1만7천개를 생산했다.


또한 일본인들에게 전함 야마토와 함께 군국주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전함 무사시를 건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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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쓰비시 조선소는 당시 일본의 핵심 군수산업 기지였으며, 이 과정에서 약 6천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돼 가혹한 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렸다.


이는 미쓰비시가 소유했던 '군함도'의 조선인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여기에 대해 미쓰비시는 강제 징용한 미국인 포로 및 중국인에게는 사과하며 책임을 인정했으나 조선인에 대해서는 사과 및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 "에~ 스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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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로 향하는 유람선 안에서는 군함도 홍보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은 군함도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며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강제 징용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는 영상에 일본인 관광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했다.


그렇게 유람선을 타고 약 40분을 가니 군함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로 본 군함도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는 유람선에서 내리니 더 심하게 느껴졌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지옥문'이라고 불렀던 군함도의 유일한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뼈대만 남은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들이 우릴 반겼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군함도의 풍경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은 들뜬 표정이었다. 약 50명 정도의 일본인 관광객은 "스고이"를 연발했고, 질서정연하게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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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설명은 당연히 군함도 '찬양'이었다.


가이드는 "군함도는 지금의 일본을 있게 한 근대화의 상징이다. 유네스코도 군함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며 "이처럼 군함도는 우리 조상들이 근대화를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역사의 현장이다"고 말했다.


가이드의 찬양은 계속 이어졌고, 이를 듣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만든 건축물을 가리키며 "에~ 스고이"를 연발했다.


이들의 자화자찬이 보기 싫어 주변을 둘러보니 군함도는 높은 콘크리트 담장으로 둘러싸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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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의 역할을 했던 이 담장은 조선인들에게 있어 고향 가는 길을 막는 크나큰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많은 조선인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람 키 세 배에 달하는 담장을 올라 바다로 뛰어들었고, 대다수가 죽거나 붙잡혀 고문을 당했다.


군함도에는 800여명이 넘는 조선인이 끌려온 것으로 추정되며, 확인된 사망자만 122명에 달한다. 그리고 조선인들이 지냈던 수용소는 군함도의 북쪽에 위치했는데, 현재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 가이드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안전상의 이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말을 하면서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의 모습으로 봤을 때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의 역사를 은폐하기 위해 북쪽 지역의 출입을 고의로 막은 것이라고 생각됐다.


◆ "하시마 탄광은 메이지 일본의 산업 혁명 유산"


약 40분간의 투어를 마치고 유람선을 타기 위해 '지옥문'으로 돌아가던 중 군함도 안내판을 발견했다. 이 안내판은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일본 정부가 세운 것으로 아래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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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마 탄광은 메이지 일본의 산업 혁명 유산이다. 서양 산업 혁명의 흐름을 수용해 공업국으로의 토대를 마련했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어봐도 '강제 징용'에 대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는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유네스코의 권고를 무시한 명백한 '역사 왜곡'이었다.


당초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의 일본 근대 산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강제 징용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유네스코 또한 등재 조건으로 "전체적인 역사를 기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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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 정부는 안내판 연대표기를 메이지 시대(1850년~1910년)로 한정해 강제 징용 역사를 빼버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었고, 이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었다.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감추기에 급급하고 본인들 이미지 메이킹에만 충실한 일본 정부의 모습은 정말 치를 떨게 만들었다.


Youtube '인사이트'


◆ "하시마 섬은 우리 일본의 자랑스러운 유산이에요"


군함도 투어를 마치고 나가사키로 돌아와 한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직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이 직원뿐만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의 나가사키 시민들이 군함도를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여기고 있었고, 시 곳곳에서 군함도 관련 상품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조선인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와 일했고, 이곳이 '지옥의 섬'으로 불렸다는 사실은 적혀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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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군함도가 일본인에게 있어 '관광지'에 불과하다는 방증이었다. 이를 두고 "너희는 왜 진실을 모르냐"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면 일본인들은 일본 정부가 만든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인해 잘못된 역사관이 주입됐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리려는 일본인들도 꽤 많다. 그러나 이들은 조작과 은폐에 능한 일본 정부에 막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위안부, 강제 징용 등 가해자로서의 일본 역사는 위대한 역사로 둔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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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지성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이런 말을 했다.


"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막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다. 그런데 아직도 일본은 한국에게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


그렇다. 일본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역사의 과오를 잊은 채 이미지 메이킹에만 주력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사죄는 전혀 없이 돈으로 입을 막고 불리한 과거사는 은폐하는 일본의 추악한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피해국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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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는다면 일본은 지금처럼 '비정상 국가'로 취급받을 것이며 아시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로부터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잊지 말자. 군함도에는 아직 제대로 된 사죄를 받지 못한 강제 징용 희생자들의 피가 흐르고 있다. 또한 곳곳에 그들의 한이 서려 있기에 우린 일본의 과오와 군함도의 진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선인들은 팬티 한 장만 입고 '군함도' 지하 1천m 탄광서 일했다"2017년 최고 기대작 '군함도'가 개봉을 한 달 남짓 남겨주고 있는 가운데 군함도 강제 징용 생존자가 밝힌 '군함도의 진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