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제작을 이끌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우주수송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누리호 제작과 발사 운용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에 자체 생산시설과 대규모 투자를 더해 우주수송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9년 자체 개발 발사체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입에 이어 2033년에는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를 활용한 상용 발사 서비스까지 시작한다는 목표다. 정부 주도 우주개발 사업에서 쌓은 경험을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순천시 율촌산업단지에서 우주발사체 제조센터인 '순천사업장' 준공식을 열었다.
전남광주 순천시 율촌산단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순천사업장 전경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약 5만9500㎡(1만8000평) 규모의 순천사업장은 국내 최대 민간 우주발사체 생산시설이다. 발사체 주요 구성품의 조립과 통합, 성능 검증을 담당한다.
우선 2027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6호기 제작에 활용된다. 75톤급 엔진과 발사체 1·2·3단의 조립 및 성능 검증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향후 차세대발사체와 재사용 기술 시연체, 한화가 자체 개발하는 발사체까지 생산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순천사업장 확보는 한화의 우주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발사체 조립과 검증 기능을 한곳에 모아 제작 효율을 높이고, 정부 발사체 사업과 자체 개발사업을 병행할 생산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향후 상업 발사에 필요한 반복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사업을 통해 쌓아온 제작·운용 경험도 강점이다.
2022년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4호기부터 발사체 제작을 총괄했다. 지난 10월 7일 진행된 누리호 5차 발사에서는 발사통제센터의 전체 콘솔 22개 가운데 20개에 한화 인력이 참여했고, 18명이 직접 콘솔을 운용했다.
지난 2024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술진이 발사체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차 발사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콘솔 조작을 담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민간의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 당시 누리호는 탑재위성 15기 가운데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9기 등 14기를 목표 궤도에 투입하며 5차 발사에 성공했다. 2027년 예정된 6차 발사에서도 한화의 운용 참여 범위는 더욱 넓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독자 발사체 사업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우주수송 서비스는 로켓을 개발하는 기술력뿐 아니라 발사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반복 발사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발사체 제작에서 우주수송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발사체를 활용해 위성 운영사 등 고객이 원하는 탑재체를 목표 궤도까지 운송하고, 발사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발사체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상업 발사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위해 메탄엔진과 추진제 탱크 등 핵심 구성품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40년까지 우주발사체 분야에 약 23조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한화그룹이 보유한 다른 우주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10월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5차 발사되고 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사업과 한화시스템의 위성통신 사업이 연결되면 위성 개발부터 발사, 통신 서비스, 데이터 활용까지 아우르는 사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그룹 내 위성 사업에서 발생하는 발사 수요를 자체 우주수송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일 여지가 있다.
발사체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도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 자체 개발 발사체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 초소형위성부터 대형 탑재체까지 고객이 요구하는 발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실제 상용화까지는 발사 신뢰성과 가격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다만 누리호 사업을 통해 제작과 운용 경험을 쌓은 데 이어 자체 생산시설과 대규모 투자 계획까지 갖추면서 독자 우주수송 사업에 필요한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와의 협력도 성장 기반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순천사업장 준공식에서 발사체 제작에 참여한 40개 협력사와 상생협력 비전을 선포했다. 향후 발사체 생산이 확대되면 국내 부품·소재·장비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와 새로운 사업 기회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총괄은 "국내 우주기업들과 함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민국 우주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