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앨범이 음반을 벗어나 패션 액세서리로 진화하고 있다. 손바닥 크기의 인형 키링이 CD를 대체하며 앨범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음반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CD가 사라진 앨범 박스 안에 인형이 자리 잡았다. NFC 칩이 내장된 인형이나 동봉된 QR 카드에 휴대전화를 터치하면 전곡 재생이 가능한 구조다. 전통적인 물리적 음반 대신 QR코드와 NFC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앨범이 급성장 중이다.
3일 뉴스엔이 보도한 써클차트 집계에 따르면, 플랫폼 앨범의 점유율은 2023년 11.3%에서 올해 9월 17.8%로 6.5%포인트 증가했다. 상위 400위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캐릭터 상품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엔티시 위시 / SM엔터테인먼트
NCT WISH가 2024년 3월 데뷔 싱글 'WISH' 발매와 함께 선보인 '위츄' 버전이 이 흐름을 주도했다.
CD 없이 NFC로 음악을 듣는 방식의 키링에 포토카드 등을 함께 구성했다. 위츄는 앨범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미니 1집 'Steady'에서는 카메라 모양으로, 2025년 미니 2집 'poppop'에서는 가방을 추가한 구성으로 등장했다. 올해 4월 정규 1집 'Ode to Love'에서는 '에로스 위츄'와 '안테로스 위츄' 두 버전으로 나뉘어 발매됐다.
코리아타임스는 지난해 6월 위츄를 키링형 앨범의 성공 사례로 평가했다. 실제로 인형 버전 앨범은 출시 직후 품절 사태를 빚었다. 귀여운 디자인이 코어 팬덤을 넘어 일반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며 팬층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CD 없는 앨범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위츄가 바꾼 건 앨범의 외형이다. 아티스트 캐릭터를 앨범과 결합하고 매 앨범마다 캐릭터를 확장하면서 캐릭터를 독립적인 상품으로 키운 전략이 주효했다.
라이즈 /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라이즈는 지난해 5월 정규 1집 'ODYSSEY' 발매 시 '리틀 라이즈' 캐릭터를 활용한 보이스 키링 버전을 출시했다. 인형 키링에 멤버들의 음성 메시지를 담고 음악은 QR코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른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도 이 트렌드에 합류했다.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의 ILLIT는 지난해 11월 싱글 'NOT CUTE ANYMORE'에서 '리틀 미미' 인형 키링을 선보였다.
패션 브랜드 애슐리 윌리엄스와 협업한 파우치도 함께 구성해 주목받았다. 귀여운 캐릭터와 '더 이상 귀엽지 않다'는 타이틀의 대비가 화제가 됐다.
IVE는 지난달 26일 발매한 미니앨범 'Looks Can Kill'의 PETIT-IVE 버전에서 멤버 6인을 모티프로 한 약 12cm 크기 인형 키링 중 하나를 랜덤으로 담았다. 같은 멤버의 포토카드와 QR 카드를 함께 넣어 굿즈와 앨범을 하나로 구현했다.
이색 앨범은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상위 400위 앨범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0만 장 증가했다.
아이브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써클차트는 4분기 실적에 따라 올해 연간 판매량이 3년 만에 1억 장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간 판매량은 2023년 1억1577만 장을 기록한 뒤 2024년 9328만 장, 지난해 8638만 장으로 2년 연속 1억 장을 밑돌았다.
반등의 주요 요인으로 플랫폼 앨범이 꼽힌다. 플랫폼 앨범 연간 판매량은 2023년 1300만 장에서 지난해 1580만 장으로 늘었다. 평균 출고가도 2023년 8740원에서 올해 9월 누적 기준 1만1305원으로 29.3% 상승했다.
빌보드는 지난 9월 '스마트 미디어 앨범'을 차트 집계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QR코드나 NFC로 디지털 앨범 콘텐츠를 제공하는 실물 상품을 뜻한다. 10월 2~8일 집계 주간부터 적용됐다.
빌보드 차트 데이터 파트너인 루미네이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 포맷 집계를 시작하며, CD 이후 처음 추가되는 새 실물 음반 포맷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호주, 독일 등에서는 이미 상당수 스마트 미디어 포맷이 차트에 반영되고 있다.
앨범 구매 이유가 음악 감상만은 아니라는 점이 수치로도 입증됐다. 루미네이트의 2026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CD 판매량은 1630만 장으로 16% 증가했다. K팝을 제외하더라도 6.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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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보고서는 CD를 구매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약 절반이 CD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