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대우건설 "체코 원전 협상 일방적 종료 유감... 산업부 중재 요청"

26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수천억원의 손실까지 감수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한수원이 불과 30여분 만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며 반발했다. 정부에 직접 중재를 요청하면서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대우건설은 2일 입장문을 내고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산업통상부의 중재를 통한 재협상을 공식 요청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수원으로부터 시공계약 협상 종료 공문을 접수했다. 한수원은 시공 물량 증가분과 추가 공사 범위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크다는 이유로 협상 종료를 통보했다.


01.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jpg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전경 / 대우건설


갈등의 핵심은 늘어난 공사 물량과 추가 작업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대우건설은 설계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에 공사비 증액 없이 대폭 늘어난 시공 물량을 수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2024년 입찰제안서 제출 이후 새롭게 확인된 공사까지 기존 계약금액에 포함하도록 한 조건도 문제 삼았다.


체코 원전에 적용되는 APR1000은 유럽에서 처음 건설되는 한국형 원전이다. 대우건설은 새로운 시장에서 최초로 건설하는 원전의 불확실성까지 시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계약 구조는 민간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지난달 29일 오전 공사비 총액을 낮추고 물량 증가분도 일부 수용하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까지 감수하기로 했지만, 제안서 제출 약 30분 만에 언론 보도를 통해 협상 결렬 사실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충분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달 7일 협상 막바지에 새로운 계약 조건이 제시됐음에도 검토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한수원과 체코 발주처의 본계약 체결 이후 같은 해 7월 사전작업착수지시서를 받아 시공 준비와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 왔다.


정식 시공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체코 현지와 경주, 서울 등에 수십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수백억원의 비용을 먼저 집행했다는 것이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이 비용은 아직 정산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2018년부터 약 8년간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수주와 사업 준비에 참여한 기업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반면 한수원은 15개월 동안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지만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조정 요구 역시 외부 전문기관 검증 등을 거친 것으로, 시공사에 위험을 일방적으로 떠넘긴 것은 아니라고 반박해 왔다.


한수원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규 시공사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장·차관 주도의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고 매주 체코 원전 사업 현안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국 원전의 핵심 경쟁력인 '정해진 기간과 예산 내 사업 완수(On Time, On Budget)'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지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재입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존 컨소시엄도 수용하지 못한 계약 조건을 다른 건설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고, 입찰마저 유찰되면 사업 전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우건설은 산업통상부가 그동안의 협상 과정과 최종 수정 제안서를 직접 검토하고, 한수원과의 재협상을 중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의 재입찰과 별개로 산업통상부가 시공계약 재협상을 중재한다면 사업 위험을 줄이고 체코 발주처의 우려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수원의 신규 시공사 선정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사업을 총괄하는 한수원에 협력기업과의 이견을 적극 조율할 것을 주문했다.


대우건설이 산업통상부의 중재를 거듭 요청하면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컨소시엄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체코 원전 사업의 주요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