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0.18배·한화생명 0.27배...시총 1조 기업도 명단에
대산 재편에 6000억원 출자 결정...한화생명은 2024·2025사업연도 무배당
롯데케미칼과 한화생명이 한국거래소의 '저PBR 기업' 명단에 올랐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대기업 계열사지만 장기간 업종 내 낮은 시장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업재편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해외 금융사업을 넓혀온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에게도 부담스러운 성적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저PBR 공개 대상은 유가증권시장 96개사와 코스닥시장 55개사 등 151개사다. 지난달 22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롯데케미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 한화생명은 0.27배다.
사진제공=롯데케미칼
거래소는 최근 6반기 연속 또는 7반기 중 6반기 동안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 업종별 PBR이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지를 따졌다. 여기에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여부와 저PBR 지속 기간 등을 반영해 명단을 확정했다.
PBR은 시가총액을 장부상 순자산과 비교한 지표다. 이번 수치에는 기준일까지 최근 20거래일 평균 시가총액이 적용됐다. 석유화학과 보험은 사업 구조가 다른 만큼, 낮은 평가를 받는 배경도 각 회사의 수익성과 자금 사정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동빈의 석화 재편...흑자 회복했지만 기초화학 이익은 23억원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상근 대표이사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9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수익성 회복과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101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기초화학 부문은 매출 3조9403억원에 영업이익 23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0.1%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1325억원이었다. 회사 전체의 흑자와 기초화학 사업의 회복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대산 사업재편에는 추가 출자도 따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17일 합작법인 에이치앤엘어드밴스드에 6000억원을 현금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 HD현대오일뱅크와 지분을 50%씩 보유하는 구조다.
같은 날 별도의 자금보충약정도 공시했다. 합작법인의 차입금과 운영성 한도 등 총 9972억6000만원에 대해 롯데케미칼이 절반인 4986억3000만원의 자금보충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이다. 출자와 별개로 합작법인 차입에 대한 지원 의무도 맡았다. 약정액 전체가 이미 현금으로 지출된 것은 아니다.
대산 사업을 합작법인으로 옮긴 뒤에도 롯데케미칼이 돈을 보태야 하는 구조는 남았다. 연결재무제표에서 부채가 줄더라도 출자와 자금지원 의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생산 효율화와 고부가 제품 확대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재편에 추가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기초화학 사업의 수익성 회복도 급하다. 본업에서 이익을 충분히 내지 못하면 재편 이후에도 자금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해외사업 넓힌 김동원...배당 재원 확보는 숙제
한화생명은 해외사업 확대와 이익 증가에도 낮은 PBR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온 김동원 부회장은 올해 8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은 금융 부문의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승진 배경으로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사옥 / 사진제공=한화생명
실적에는 성과가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의 연결 순이익은 90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6% 늘었다. 별도 순이익도 5102억원으로 183.9% 증가했다. 해외법인 순이익은 1030억원이었다.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업 등으로 넓힌 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배당은 두 차례 건너뛰었다. 한화생명은 2023사업연도에 주당 15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한 뒤 2024·2025사업연도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이익이 늘었다고 배당 여력이 그만큼 커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보험사는 계약 해지 때 지급할 환급금에 대비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이익잉여금 안에 적립한다. 이 준비금은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제외된다. 회계상 이익과 실제 배당에 쓸 수 있는 재원이 달라지는 이유다. 자본건전성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한화생명은 지난 8월 12일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당시 거론된 준비금 제도 완화가 이뤄지면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 개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당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며, 개선안의 윤곽이 정해지면 배당계획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부회장이 이끌어온 해외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모회사로 돌아오는 돈을 빼놓을 수 없다. 현지법인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얼마가 한화생명에 배당으로 들어오는지, 현지 재투자에 얼마나 더 필요한지까지 봐야 한다.
배당정책은 권혁웅·이경근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과 이사회가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규제 변화에 따른 효과와 함께, 회사 자체적으로 배당 재원을 늘릴 방법과 목표 시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는 저PBR 기업 명단을 매년 5월과 11월 공개한다. 다음 공표일은 내년 5월 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