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한 주도 안 팔았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하나요?"
테슬라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기업 합병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청원을 제기했다.
회사의 전략적 합병으로 주식이 자동 전환되는 상황에서도 22%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 논란이 된 것이다.
2일 투자업계와 관련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해외주식의 조직재편(합병·주식교환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이연 제도 도입에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이 청원은 이날 12시 30분 기준 2만3925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 청원은 공개 후 30일 내 5만명이 동의하면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며, 미달 시 자동 폐기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청원인은 해외기업의 조직재편으로 투자자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이 변경될 때 실제로 팔지 않은 미실현 이익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테슬라 주주로 보이는 청원인은 "테슬라·스페이스엑스 합병의 경우 합병 후에도 투자 대상 기업, 핵심 사업, 설립자 변동이 거의 없다"며 "주주는 동일한 비전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사실상 그대로 이어가는 것인데도 즉시 과세로 비자발적 매도가 강제되고 장기 투자 연속성이 단절된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는 재산권 보호와 조세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무엇보다 한국 국민과 기관이 보유한 막대한 자산 규모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세 형평성과 담세력 원칙을 실현하고 미래 핵심 산업에 대한 국가 지분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청원게시판
청원인은 조세특례제한법이나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교환대가 중 주식 비율 등 요건을 충족하면 실제 처분 시점까지 과세를 미루는 특례 신설을 요청했다. 입법 전이라도 테슬라와 스페이스X 합병 같은 대규모 사례에는 유권해석이나 분납·납부유예 같은 한시 조치 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10월 20일(현지시간) 스페이스X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두 회사 이사회가 각각 합병 검토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 CEO를 겸하는 이해충돌 문제로 자신은 특위 논의에 참여할 수 없으며 특위가 아직 거래 조건에 합의하지 않았고 합의 보장도 없다고 했다. 월가는 스페이스X가 신주를 발행해 테슬라 주주에게 나눠주는 인수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 있으며, 이 경우 테슬라 주식은 스페이스X 주식으로 바뀐다.
합병이 현실화되면 테슬라 주주들은 기존 주식을 팔고 새 주식을 산 것으로 간주돼 차익에 22% 세율이 적용된다. 주주들은 국내 기업 간 합병·주식교환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과세를 뒤로 미룰 수 있지만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이런 장치가 없다고 항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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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례도 존재한다. 미국 우주기업 로켓랩은 지난해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기존 로켓랩 USA 주식을 신설 로켓랩 코퍼레이션 주식 1주로 자동 전환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법률상 기존 주식이 소멸하고 새 주식을 취득한 만큼 자산 교환에 해당한다며 과세가 맞다고 해석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합병의 경우 국내에 미칠 파장은 더 클 전망이다. 예탁결제원 SEIBro 자료에 따르면 10월 초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보관금액은 약 220억 달러, 30조원대에 달했다.
올해 2월 기준으로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주식은 테슬라였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주주들은 양도세 납부를 위해 기존 보유 주식을 매도해 주식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모든 합병이 과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가 존속법인으로 남아 신주를 발행하는 흡수합병이라면 테슬라 주식이 유지돼 양도세가 붙지 않는다. 다만 테슬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머스크에게 불리해 택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합병이 현실화하면 확정된 거래 구조와 국세청 유권해석, 증권사 주식교환 처리 방식을 따져봐야 한다"며 관련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