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사업에 진입한 한화그룹이 이번에는 미 해군 상륙함 건조 계약까지 따냈다. 자주포 시제품 공급에 이어 함정 건조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서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특히 2024년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가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는 자주포와 탄약 생산시설, 조선소 등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추가 수주를 위한 기반도 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미국 선박 건조 관리업체 토트 서비스(TOTE Services)와 중형 상륙함(LSM)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억6900만 달러(약 3600억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한화는 이곳에서 미국 해군 중형 상륙함(LSM)을 건조할 예정이다 / 한화그룹
이번 계약에는 상륙함 3척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총 35척의 LSM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후속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LSM은 해병대 병력과 장비, 군수물자를 해안과 도서 지역으로 수송하는 함정이다. 길이 약 100m, 경하배수량 약 2687t 규모로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미 해병대의 분산 작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건조는 한화가 2024년 12월 인수한 펜실베이니아주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된다. 2027년 4분기 건조에 착수할 예정으로,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확보한 첫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이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앞서 지난 3월 미국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7월에는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상선 건조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화필리조선소는 이번 LSM 수주를 계기로 미 해군 함정 건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 연례 전시회 'AUSA 2026'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차륜형 자주포 'XM1776'을 배경으로 한화와 미 육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 방산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8월 미국 육군의 기동전술화포(MTC) 사업에서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공급 계약을 따냈다. 미 육군이 운용 중인 M777 155㎜ 견인포를 일부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화포 사업이다.
지난 8월 최초 계약 당시 시제품 6문과 추가 12문 옵션을 확보했던 한화는 10월 미 육군의 주문 물량이 총 9문으로 확대되면서 추가 9문에 대한 옵션을 남겨두게 됐다. 미 육군이 8월 발표한 계약의 최대 규모는 2억6290만 달러다.
미국 육군은 지난 10월 한화가 제작한 첫 기동전술화포 시제품을 인도받았다. K9MH에는 미국 독립 연도인 1776년을 딴 제식명 'XM1776'도 부여됐다. 미 육군은 향후 실제 전장 환경을 반영한 시험을 통해 성능과 신뢰성, 운용 적합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시험 결과는 양산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된다.
한화의 미국 시장 공략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현지 생산시설 확보다.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아스널에서 열린 한화디펜스USA 현지 사무소 개소식에서 한화 관계자들과 미국 주정부 인사들이 리본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는 지난 1월 미국 육군의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아스널(PBA) 부지 임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곳에 22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155㎜ 포탄 구성품과 추진장약 등을 생산하는 '한화 첨단 제조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 7년간 약 4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지난 9월에는 현지 운영을 위한 사무소도 개소했다.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도 K9MH 시제품 조립·통합·시험을 위한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육군이 요구하는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해상에서는 조선소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는 호주 조선·방산기업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인수를 위해 최대 12억 달러(약 1조7000억원)를 제안했다.
인수가 성사되면 기존 펜실베이니아주 한화필리조선소에 더해 앨라배마주 함정 건조시설과 캘리포니아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설까지 확보하게 된다.
오스탈 측은 한화의 실사 기간을 연장했으며, 양측은 인수·매각 계약서 초안 작성 등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는 자주포와 탄약, 함정을 아우르는 미국 현지 생산망을 구축하며 육·해상 방산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향후 K9MH 양산 계약과 LSM 후속 수주까지 확보한다면 미국 방산사업 확대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