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모델로 아이돌을 섭외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직접 아이돌을 만들고 있다. 맥주회사가 가상 아이돌을 데뷔시키고, 증권사가 걸그룹의 음원을 발매하는가 하면 가전회사가 기획한 아이돌은 실제 음악방송 무대까지 올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무알코올 음료 '카스 올제로'를 알리기 위해 4인조 인공지능(AI) 가상 아이돌 그룹 '3pm'을 선보였다.
그룹명은 점심 식사 이후 나른함이 찾아오는 오후 3시에서 따왔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무알코올 음료의 특징을 음악으로 전달한다는 취지다.
오비맥주가 무알코올 음료 '카스 올제로'를 알리기 위해 선보인 4인조 인공지능(AI) 가상 아이돌 그룹 '3pm' / 오비맥주
특히 멤버 구성부터 제품의 특징을 반영했다. 카스 올제로가 내세우는 알코올·칼로리·당류·글루텐 '4무(無)' 콘셉트를 각각의 캐릭터에 담았다.
리더 클로하(CLLOOHA)는 알코올, 서브 보컬 루넷(LUGNET)은 글루텐, 메인 보컬 로세리아(LOCERIA)는 칼로리, 메인 래퍼 에스거(ASGUR)는 당류에서 이름을 따왔다.
음원 공개 방식도 독특하다. 일반 음원 플랫폼 대신 차량 특화 AI 오디오 플랫폼 '픽클(Pickle)'을 첫 공개 채널로 선택했다. 지난달 23일 타이틀곡 '3pm'과 'Drive Me All ZERO'를 선보였으며, 지난달 30일 'ZEROOOO%', 오는 6일에는 '새로고침(F5)'을 공개하는 일정이다.
삼성증권도 4인조 AI 걸그룹 '루미나(LUMINA)'를 직접 제작하며 아이돌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금융의 이미지를 바꾸고 젊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이 자체 제작한 4인조 AI 걸그룹 '루미나(LUMINA)' / 삼성증권
루미나는 '빛나는'이라는 뜻의 루미너스(Luminous)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네 멤버가 하나의 스펙트럼을 완성한다는 세계관을 갖췄다. 데뷔곡 '오버라이드(OVERRIDE)'에는 기존의 한계와 선입견을 넘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반응도 이어졌다. 지난 9월 공개된 데뷔곡 뮤직비디오는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했고, 지난달 21일에는 250만 회를 넘어섰다.
삼성증권은 루미나를 금융교육과 광고 콘텐츠의 진행자로 활용하는 한편 후속 뮤직비디오와 숏폼 챌린지 등으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다.
지난 8월 공개한 5인조 프로젝트 걸그룹 '에이아이돌(AI-DOL)'이다. AI라는 이름과 달리 멤버 전원이 실제 인물로, 아이돌 활동 경험자와 연습생 출신 등으로 구성됐다.
LG전자가 올인원 세탁건조기 'AI 워시콤보'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5인조 프로젝트 걸그룹 '에이아이돌(AI-DOL)' / LG전자
에이아이돌은 LG전자의 올인원 세탁건조기 'AI 워시콤보'를 알리기 위해 탄생했다. 완벽주의자 캐릭터 '모아'에는 AI 타임센싱 기능을, 세심한 성격의 '수아'에게는 미니워시 기능을 연결하는 등 제품의 특징을 멤버별 개성에 녹였다.
마케팅 방식도 실제 아이돌 데뷔를 연상시켰다. 지난 7월 티징 영상과 SNS 안무 챌린지를 먼저 공개한 뒤 8월 말에야 LG전자가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알렸다.
데뷔곡 '아이워시(I WASH)'는 인스타그램 인기 상승 오디오 1위에 올랐고, 안무 영상은 릴스 인기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에는 Mnet '엠카운트다운'과 MBC '쇼! 음악중심' 등 음악방송 무대에도 올랐다. 음원은 멜론과 스포티파이 등 50여 개 플랫폼에 공개됐으며, LG전자는 초기 반응에 힘입어 활동 기간과 범위를 확대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제품의 특징과 브랜드 메시지를 아이돌의 음악과 캐릭터, 세계관에 직접 담았다는 데 있다. 가상 아이돌부터 실제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걸그룹까지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제품을 알리는 대신,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