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AI 냉각 수주 3조원 쌓은 LG전자...칠러로 뚫은 북미, 다음은 CDU

상반기 6000억원서 수주 급증...북미 5GW 장기공급계약 확보

엔비디아 승인 CDU 추가 공급 협의...美 칠러 공장은 내년 상반기 생산 목표


LG전자가 AI 데이터센터에서 확보한 냉각설비 일감이 3조원을 넘어섰다. 상반기만 해도 6000억원 수준이었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칠러가 대형 계약을 따내면서, 가정과 상업시설에 냉난방기기를 팔던 LG전자의 거래처에 북미 AI 인프라 기업들이 더해지고 있다.


LG전자의 고성능 칠러 등 냉각 솔루션이 적용된 가상의 AI데이터센터 / 사진제공=LG전자LG전자의 고성능 칠러 등 냉각 솔루션이 적용된 가상의 AI데이터센터 / 사진제공=LG전자


2일 LG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누적 수주액은 3조원을 돌파했다. 회사는 앞서 북미 장기공급계약을 발표하면서 당초 2027년 말로 잡았던 칠러 사업 매출 1조원 달성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일감은 확보했다. 이제는 이를 제때 만들어 공급하고, 칠러를 납품한 고객에게 다른 장비도 팔아야 한다. 엔비디아 규격 승인을 받은 냉각수 분배장치(CDU)가 그다음 제품이다.


칠러 계약 따낸 LG전자, 같은 고객과 CDU 공급도 협의


LG전자는 지난달 북미 인프라 기업 에어 컨트롤 콘셉트(AIR Control Concept)와 칠러 장기공급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총 5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센터에 고효율 칠러 등 냉각솔루션을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계약이다.


AIR는 데이터센터 전문 자회사 AMC를 통해 북미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설계와 구축부터 조달, 애프터마켓 서비스까지 맡는다. LG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개별 프로젝트마다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간 공급할 물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계약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 양사는 CDU 등으로 공급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6일 발표 기준으로 칠러는 본계약을 맺었고, CDU는 추가 공급을 협의하는 단계다.


칠러와 CDU는 같은 데이터센터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한다. 칠러가 차가운 물을 만들어 열을 빼내는 대형 설비라면, CDU는 서버 쪽 냉각수의 온도와 흐름 등을 관리한다. 칩에 붙는 콜드플레이트까지 연결하면 열이 발생하는 지점부터 외부로 빠져나가는 과정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 LG전자가 내세우는 '칩 투 칠러' 구상이다.


LG전자는 600킬로와트(kW)급과 1메가와트(MW)급 CDU에 이어 2.6MW급 제품의 엔비디아 'DSX 레디' 승인도 받았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AI 데이터센터 설계 요건을 충족하는 제품군을 갖췄다.


이제 남은 것은 승인을 받은 제품을 실제 주문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AI 데이터센터 냉각사업의 매출이 현재 칠러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CDU와 팬월유닛 등으로 제품 구성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칠러로 확보한 거래처에 추가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이 붙으면 고객 한 곳에서 올리는 매출도 커질 수 있다.


美 공장 내년 가동...수주 물량 소화할 생산시설 늘린다


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주문이 늘어난 만큼 생산시설도 필요하다. LG전자는 미국 버지니아주 윈저에 공랭식 칠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연면적 3만2000㎡, 부지면적 17만㎡ 규모로 내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서는 평택과 창원에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설비를 고도화한다.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라인을 늘려 여러 생산라인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국내 증설에 이어 미국 현지 생산이 시작되는 일정이다.


3조원 수주가 한꺼번에 실적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장기계약에 따라 수년에 걸쳐 공급할 물량이 포함돼 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전체의 수주액과 칠러 사업의 연간 매출 목표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회사는 이번 북미 계약을 수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공급계약으로 설명했다.


수주에 대응하는 비용은 먼저 발생하고 있다. 공조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2조1736억원, 영업이익은 872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약 4.0%로 계산된다. 회사는 신사업 수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 수치를 AI 냉각사업의 이익률로 볼 수는 없다. 기존 공조사업까지 포함한 본부 전체 실적이다. LG전자는 4분기 ES사업본부의 우선 과제로 AI 데이터센터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적기 대응을 제시했다.


LG전자는 또 냉각설비의 설계·제어와 유지보수까지 맡는 통합 솔루션 사업으로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회사는 제품군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서비스 매출 증가를 통해 기존 공조사업보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DU 등으로 공급 품목을 늘리는 한편, 냉각설비 설계·제어와 유지보수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