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6일(금)

사용후핵연료 묻을 지하 암반 뚫었다... 현대건설 굴착 기술에 해외 원자력 매체도 주목

현대건설이 개발한 사용후핵연료 처분공 굴착 기술이 해외 원자력 전문매체에 소개됐다.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처분용기를 지하 깊은 암반에 최종 배치하기 위한 굴착 기술로, 인공지능(AI)과 라이다(LiDAR)를 활용해 시공 품질을 검증한 점이 주요 보도 내용에 포함됐다.


현대건설은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해체를 넘어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건설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시설 건설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16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운영하는 전문매체 월드뉴클리어뉴스(WNN)는 지난 12일 '현대건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굴착장비 시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현대건설이 지난 2일 국내에 발표한 기술 개발 및 실증 성과를 해외 원자력 전문매체가 별도로 다룬 것이다.


image.png대건설이 개발한 사용후핵연료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 접이식 커터헤드를 적용해 굴착 완료 후 장비를 회수하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 현대건설


매체는 현대건설이 자체 개발한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를 활용해 지하 암반에서 실제 처분공 규모의 굴착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접이식 커터헤드와 AI 기반 굴착 데이터 분석, 라이다를 활용한 시공 품질 검증 기술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처분공은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처분용기를 깊은 지하 암반에 최종 배치하기 위해 뚫는 구멍이다.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오랜 기간 높은 방사능과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장기간 안전하게 격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처분공 굴착 과정에서 주변 암반에 균열이나 손상이 발생하면 지하수가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암반을 뚫는 것을 넘어 굴착 과정에서 주변 지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밀 시공 기술이 중요하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장비는 직경 1.75m, 길이 5.7m 규모다. 국내 지질환경과 기술 여건을 반영한 한국형 심층처분시스템(KORADIS)의 처분공 규격과 시공 조건에 맞춰 설계됐다.


핵심 기술은 접이식 커터헤드다. 암반을 깎는 장치인 커터헤드를 굴착이 끝난 뒤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 장비를 회수하고 다른 처분공 시공에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처분공을 반복해서 굴착해야 하는 처분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다.


image.png핀란드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시설 '온칼로'의 지하 처분터널. 2026년 8월 실제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처분공 굴착 작업이 시작됐다 / 포시바(Posiva)


굴착 과정에는 AI 기술도 적용됐다. 현대건설은 연구용 지하 터널에서 실제 처분공 크기의 암반 굴착을 진행하면서 굴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반 상태를 파악하고 분석 결과와 장비 성능을 고려해 굴착 작업을 최적화했다.


굴착을 마친 뒤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공간의 형태와 치수를 측정하는 라이다 기술로 내부 형상을 디지털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공 품질과 처분공의 적합성을 평가했다.


이번 기술 개발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주관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개발 국책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대건설은 해당 국책연구에 참여한 유일한 건설사로,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통합 연구개발 조직인 HMG건설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매체는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도 함께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시설에 보관하고 있지만 일부 저장시설은 포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중간저장시설을 205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을 2060년 이전에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처분시설 부지 선정과 건설에 필요한 기술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KORAD Information Square Spent Nuclear Fuels Technology Disposal사용후핵연료를 처분용기에 밀봉한 뒤 완충재와 지하 암반 등 다중방벽을 활용해 격리하는 심층처분 개념도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현대건설은 굴착장비 개발에 이어 처분시설의 장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건설재료와 암반 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하수 유입을 제어하기 위한 콘크리트와 그라우트, 국내 지질 특성에 맞춘 암반 분류 및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 등이 연구 대상이다.


다만 이번 성과는 연구용 지하 터널에서 진행한 실증 결과로, 실제 처분시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 처분시설의 부지 선정과 인허가, 건설 일정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