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마다 허기짐과 무관하게 음식을 찾게 되는 충동이 단순한 의지박약이 아닌 유전적 요인과 신경생물학적 반응에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빵이나 과자, 배달 음식을 끊임없이 찾는 이른바 '감정적 섭식'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된 유전체 분석 논문에 따르면, 유럽계 성인 1만 125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감정적 섭식 행동은 인간의 5번 염색체 내 특정 유전 변이와 통계적으로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전장유전체 연관 메타분석 기법을 활용해 식습관과 유전 정보를 대조했으며, 그 결과 'rs6877636'과 'rs6897090' 두 변이가 부정적 감정 상황에서 음식 섭취량을 급증시키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해당 유전 영역은 체내 지방 저장 조절에 관여하는 'ODC1' 유전자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을 씹는 물리적 행위 자체가 뇌의 스트레스 회로를 직접 차단한다는 뇌영상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신경과학 연구를 보면, 불쾌한 소음 자극 환경에서 껌을 씹는 저작 활동만으로도 피험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평균 56점에서 45점으로 떨어졌다. 자기공명영상 촬영 분석 결과 껌을 씹을 때 양측 상측두구와 좌측 전측 섬엽의 활성이 크게 줄었으며, 배외측 전대상피질로 이어지는 감정 자극 전달 신호 역시 감소했다.
이는 고칼로리 음식 섭취 여부와 별개로, 무언가를 씹는 구강 저작 운동 자체가 뇌 신경망의 주의를 분산시켜 스트레스 자극 수용을 물리적으로 낮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감정적 섭식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개인의 인내심 결여 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레스로 인한 가짜 배고픔이 찾아왔을 때는 음식 주문 대신 산책이나 가벼운 신체 활동, 혹은 껌 씹기 등으로 감각 신호를 우회하는 대안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