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6일(금)

호텔에서 '이 비품' 가져가면 체크아웃 후 카드에서 수십만원 빠질 수 있다

호텔 객실의 가운이나 알람시계 같은 다회용 비품을 기념품인 줄 알고 챙기면 카드에서 수십만원이 자동 청구되거나 절도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


지난 8월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에서 체크아웃한 40대 여행객 박모씨는 사흘 뒤 카드사로부터 23만원 결제 문자를 받고 당황했다.


객실에 비치돼 있던 극세사 가운과 슬리퍼 모양의 룸화를 기념품인 줄 알고 캐리어에 넣어온 것이 화근이었다. 호텔 측은 가운이 세탁해 반복 사용하는 비품이라는 이유로 정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동으로 결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박씨처럼 호텔 객실 비품을 기념품으로 착각해 가져왔다가 뒤늦게 청구서를 받거나, 심한 경우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성수기인 여름휴가철과 연말연시 직후 이런 분실 신고 및 자동 청구 건수가 평소보다 많게는 30% 가까이 늘어난다.


1회용이면 가져가도 OK


업계에 따르면 객실 비품 중 가져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 품목은 '1회용 개별 포장재'에 담긴 소모품으로 한정된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칫솔, 면도기처럼 비닐이나 종이 곽으로 개별 포장된 제품과 1회 착용 후 버리는 종이 또는 부직포 슬리퍼가 대표적이다.


이들 품목은 숙박비에 이미 소모품 비용이 포함돼 있어 투숙객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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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특급호텔은 여기에 더해 커피 캡슐이나 생수 1병까지는 가져가도 별도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샴푸라도 객실에 큰 통에 담겨 여러 투숙객이 공용으로 쓰도록 비치된 디스펜서형 제품은 비품으로 분류돼 반출이 금지된다. 최근에는 친환경 정책에 따라 1회용 어메니티 자체를 줄이고 디스펜서형으로 전환하는 호텔이 늘면서, 투숙객이 과거 습관대로 샴푸를 챙겼다가 되레 분실 처리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재사용 비품은 절도 대상


문제는 세탁 후 다음 투숙객에게 다시 제공되는 패브릭류와 전자기기다. 가운, 타월, 베개, 이불 커버는 물론 옷걸이, 침대 옆 알람시계, 리모컨, 드라이기, 미니바 냉장고 안 집기까지 모두 호텔 자산으로 분류돼 체크아웃 시 재고 확인 대상에 포함된다.


프런트 직원이나 객실 정비 담당자가 비품 분실을 확인하면 투숙객이 등록한 신용카드로 정가 또는 배상 규정에 따른 금액이 자동 청구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pixabay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pixabay


금액이 크거나 투숙객이 결제를 거부할 경우 호텔은 형법상 절도죄로 고소하는 절차를 밟기도 한다.


법조계에서는 투숙객이 '가져가도 되는 비품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더라도, 객실 안내문이나 가격표에 유상 품목임이 명시돼 있었다면 절도 고의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를 보면 숙박업소 내 비품 반출 관련 신고는 매년 꾸준히 접수되고 있으며, 대부분 수십만원대 가운이나 전자제품 반출이 주를 이룬다. 금액이 50만원을 넘으면 단순 절도가 아닌 특수절도나 상습절도로 가중 처벌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객실마다 깔리는 추적 장치


최근에는 호텔 업계가 손실 방지를 위해 기술적 장치를 도입하는 추세다. 국내외 주요 체인호텔은 타월과 가운, 베개에 세탁 가능한 RFID 칩을 부착해 세탁장과 객실을 오가는 재고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칩이 부착된 품목이 호텔 반경을 벗어나 외부로 이동하면 경보가 울리거나 객실 담당자에게 분실 알림이 전송되는 방식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unsplash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unsplash


서울 시내 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가운과 타월 분실률이 도입 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알람시계나 리모컨처럼 전자제품에는 별도의 자산관리 바코드를 부착해 분기별로 재고를 전수 점검하는 호텔도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형 체인을 중심으로 RFID 비품관리 시스템이 보편화됐고, 국내 특급호텔들도 최근 몇 년 새 리모델링을 계기로 같은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는 추세다.


헷갈리면 프런트에 문의


투숙객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구별법은 객실 비치 안내서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 호텔은 객실 내 '게스트 컴펜디엄'이나 룸서비스 메뉴판 뒤편에 반출 가능 품목과 유료 구매 가능 품목을 별도로 안내한다.


가운이나 슬리퍼를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다면 체크아웃 전 프런트에 구매 의사를 밝히고 정가를 지불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실제로 많은 특급호텔은 로비 기프트숍에서 객실과 동일한 디자인의 가운, 타월, 슬리퍼를 정식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어 굳이 무단 반출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체크아웃 전 하우스키핑에 문의만 해도 품목별 반출 가능 여부와 가격을 바로 안내받을 수 있다"며 "분쟁 대부분은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건너뛰어 발생한다"고 전했다.


외국계 체인호텔의 경우 가운 한 벌 가격이 15만원에서 20만원 선, 알람시계나 드라이기 같은 소형 전자기기는 5만원에서 10만원 선에서 청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숙박 플랫폼을 통해 예약했더라도 비품 분실에 따른 추가 청구는 플랫폼이 아닌 호텔이 등록된 카드로 별도 승인받아 직접 처리하는 구조여서, 예약 영수증과 별개로 청구서가 날아와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청구 금액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영수증과 객실 안내문을 근거로 호텔 측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