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열면 화려한 일상과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유튜브 속 완벽해 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자기 자신을 브랜드처럼 관리하는 사람들. 현대인은 실제 자신의 모습보다 '되고 싶은 나'의 이미지를 더 가까이 두고 살아간다.
정지우 작가가 신작 '환상사회'를 통해 이 같은 현대 사회의 단면을 분석했다.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에 이은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의 자신보다 이상적 이미지를 좇는 현대인을 '호모 판타즈마'로 정의하며, 환상사회에서 이상적 이미지가 현실을 어떻게 압도하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책은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 강박적 완벽주의, 도파민 크래시, 번아웃 현상을 '항시적 초조함'이라는 시대 감각으로 설명한다.
사진 제공 = 한겨레출판
작가는 이 모든 현상이 우리가 이상적 이미지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정체성마저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에서 '나 자신이 되어라'는 말도 모순이 된다. 호모 판타즈마는 그럴듯한 이미지로 자신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철학과 사회학, 대중문화의 영역을 넘나들며 현대인들이 점점 삶의 주도권을 잃고 유령처럼 배회하는 환상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도파민 크래시, 자기 전시와 품평 문화, 우울증적 쾌락, 포모 같은 현상들이 환상사회의 증상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시대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홍진기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지적 생존 안내서"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환상사회에서 벗어나자는 비현실적 논의나 개인이 사회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회의적 주장 대신, 환상사회 안에서 SNS와 AI 알고리즘을 영리하게 활용해 자기-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은 거짓된 '나-되기'에서 벗어나 삶의 감각을 회복하고, 사회 기준에 덜 취약한 상태인 '안티프래질'한 프로필을 쌓으며 자기-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15가지 삶의 기술을 담았다.
작가는 "치밀한 비판이나 거시적인 해결책은 별론으로 하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료한 대답"이라며 "삶은 당장 오늘의 문제다. 삶은 이 환상사회에서 오늘 어떻게 살고, 내일은 무엇을 하며, 그다음 날에는 어떤 마음과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