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헤지펀드 토큰화 추진...해외 고액자산가 겨냥한 플랫폼 준비
두나무 이어 데이터·지갑·블록체인 기업 투자...지분 확보에서 상품 공급으로
한화투자증권이 해외 사모자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두나무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기업에 잇따라 투자한 데 이어 사모대출·헤지펀드·비상장주식을 토큰화해 해외 투자자에게 공급하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5000억원의 증자 자금도 기존 영업 확대와 디지털자산 사업을 뒷받침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8일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마쳤다. 한화자산운용이 보통주 5000만주를, 한화생명이 전환우선주(CPS) 5000만주를 각각 2500억원에 인수했다. 별도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추진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회사는 지난달 자본 확충을 결정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과 함께 자체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 블록체인 인프라 확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먼저 집행한 디지털 금융 투자를 실제 고객 대상 서비스로 연결하는 작업이 자본 확충과 맞물렸다.
사모대출·비상장주식까지...해외 자산가에게 팔 상품 넓힌다
한화투자증권이 준비하는 서비스는 디지털자산 플랫폼 'DAP'다. 손종민 한화투자증권 전무는 지난 4월 열린 'CIS2026'에서 사모시장 자산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사업 구상을 공개했다. 사모대출과 헤지펀드, 부동산, 지식재산권(IP), 비상장주식 등이 대상에 올랐다. 당시 회사는 해외 출시 시기를 2027년 1분기로 잡았다.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해외 거점을 활용하되 현지 규제가 허용하는 시장부터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초기에는 고액자산가와 자산을 축적 중인 고소득층을 공략하고, 이후 패밀리오피스로 넓히겠다는 구상도 했다. 손 전무는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헤지펀드를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토큰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증권은 이를 위해 국내외 파트너들과 자산 토큰화와 거래, 수탁 관련 체계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 투자의 범위를 고객에게 공급할 상품과 거래 서비스로 넓혀 잡은 것이다.
같은 행사에서 안인성 한화투자증권 부사장도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디지털화되는 게 토큰증권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사모상품의 결제에 걸리는 시간과 소액 투자의 제약을 거론하며 상품 공급 방식의 변화에 무게를 뒀다.
인력 확보도 병행했다. 회사는 지난 2월 실물자산 토큰화(RWA)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력을 모집하면서 글로벌 투자·사업관리, 상품, 법무 분야를 채용 대상에 포함했다. 해외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을 확보해 디지털자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두나무에 5978억...데이터·지갑·블록체인 기업에도 투자
상품 공급에 필요한 기술과 정보는 외부 기업에 투자하며 확보해 왔다.
지난 1월에는 디지털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쟁글의 블록체인 데이터와 리서치를 활용해 투자정보 제공과 글로벌 사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월에는 미국 크리서스에 약 180억원을 투자했다. 크리서스는 기업용 디지털 지갑과 실물자산 토큰화 플랫폼을 운영한다. 한화증권은 투자 당시 이 회사의 지갑 보안 기술과 토큰화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 대상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기존 금융상품과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5월에는 약 5978억원을 들여 두나무 지분 3.9%를 '추가'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7월에는 금융 특화 블록체인 기업 디지털에셋에 약 300억원을 투자했다. 디지털에셋은 금융기관 간 자산·데이터 교환을 지원하는 '캔톤 네트워크'를 개발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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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이 네 건의 투자액만 약 6558억원이다. 거래소 운영사에 가장 큰 금액을 투입하면서 데이터와 지갑, 금융기관 간 거래 인프라를 다루는 기업들로 투자처를 넓혔다. DAP에서 취급할 사모자산과 고객층을 공개한 시기도 이들 투자 사이에 놓여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뒤에는 자본을 보강했다. 한화증권의 6월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2조2674억원이다. 여기에 이번 증자액 5000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2조7674억원이다. 종투사 자기자본 기준인 3조원까지 2326억원 남았다.
새로 받은 자본에는 우선배당 조건도 붙었다. 한화생명이 인수한 CPS 2500억원에는 연 6%의 우선배당률이 적용돼 연간 기준액이 150억원에 이른다. 기존 사업의 이익을 늘리면서 신규 사업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자본 확충 이후의 수익성에 주목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증자가 두나무 지분 투자로 커진 단일 기업 익스포저 부담을 완화한다고 평가하면서 두나무 지분 가치 변동과 신규 사업의 수익 기여도를 점검 대상으로 꼽았다. NICE신용평가는 확대된 자본이 사업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화증권은 기존 핵심 사업의 자산 운용·투자 여력을 확대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글로벌 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병호 대표는 지난달 자본 확충 발표에서 "안정적인 재무 기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