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용기를 팔레트에 어떻게 쌓을지 설계하는 데 걸리던 시간이 1시간에서 30초로 줄어들었다. 롯데칠성음료 직원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발한 프로그램 덕분이다.
복잡한 적재 패턴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도면까지 생성하는 이 프로그램은 연간 약 300시간의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8일 LOTTE EBC에서 '2026 AI 경연대회' 시상식을 열고 임직원들이 직접 개발한 AI 활용 우수 사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박윤기 대표이사, 생산기술팀 조민규 프로, 기술혁신팀 오동근 프로, 전략기획본부 이우근 본부장 / 롯데칠성음료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이번 대회에는 임직원 336명이 참여해 총 198건의 AI 활용 사례를 제출했다. 인사와 영업, 재무, 생산 등 다양한 업무에서 반복 작업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모였다.
대상은 기술혁신팀 오동근 프로와 생산기술팀 조민규 프로로 구성된 '회식땐클라우드팀'이 차지했다.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신제품 용기를 운송용 팔레트에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적재 패턴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CAD(컴퓨터 지원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팔레트의 홀수·짝수 단 적재 도면을 일일이 작성해야 했다. 작업 한 건에 약 1시간이 소요됐다.
두 직원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적재 기준을 AI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필요한 조건을 입력하면 약 30초 만에 새로운 적재 패턴과 도면을 생성하도록 만든 것이다.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연간 약 300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도면 작성 시간만 줄인 것도 아니다. 적재 수량과 용기의 적정 직경, 연간 운송비까지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신제품 개발 초기부터 개발·생산·물류 부서가 적재 효율과 운송비를 함께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생산 현장뿐 아니라 사무 업무에 AI를 접목한 사례도 주목받았다.
최우수상에는 직원별 직무 교육과 경력 경로를 연결해 맞춤형 성장 방향을 추천하는 인사 관리 프로그램이 선정됐다.
새로 문을 연 음식점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매일 대리점에 전달하는 영업 지원 시스템과 SAP 경비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표 및 예산 보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프로그램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도 AI가 활용됐다. 롯데칠성음료의 AI 기반 업무 혁신을 담당하는 AX Project 팀은 자체 개발한 '대회 심사 AI'를 서류 평가에 도입했다.
이 AI는 업무 효율 개선 효과와 AI 활용성, 직무 연관성 등의 기준에 따라 제출된 약 200건의 과제를 분석하고 비교 자료를 제공했다.
이후 AX Project 팀의 최종 검토를 거쳐 대상 1팀, 최우수상 3팀, 우수상 5팀, 아이디어상 5팀 등 총 14개 팀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대회에서 발굴한 우수 사례를 실제 업무 환경에 맞게 보완하고, 활용 범위를 전사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기 모임과 교육, 워크숍도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단순한 기술 경연을 넘어 실제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것이 이번 경연대회의 목표"라며 "앞으로도 임직원이 AI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실제 업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