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월)

최태원 "이타심에만 의존해선 안 돼"...사회문제 해결에 '보상' 제안

사회성과 측정해 현금 지급한 SPC...2015년부터 이어온 실험

서울 찾은 15개국 19개 기관...WEF 보고서엔 시장 보상체계 제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여 년간 사회적 기업의 성과를 측정해 현금을 지급해 온 경험을 토대로, 기업과 투자자가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의 보상 체계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사진2-1) 최태원 회장 연설.JPG사진제공=사회적가치연구원


12일 최 회장은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의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 첫 세션에서 "자발적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성과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EWF가 사회적가치연구원과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각국의 정책·투자 관계자들이 한 국가의 사회적경제 현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개최지로 선정된 한국에 15개국 19개 기관이 참여해 사회성과 보상 제도와 정책, 민간 투자 사례를 살펴본다.


사회성과를 현금으로...수퍼빈·컴윈에 각각 16억원


최 회장은 이날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에 대해 "예산 투입과 홍보를 중심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복도시락과 행복나래, 사회적기업 MBA, 사회적가치연구원 등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성과 측정을 현금 보상으로 연결한 사업이 사회성과인센티브(SPC)다.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자는 개념을 제안했다. SK는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고용·환경 등의 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고, 이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사진2-2) SEWF 단체사진.JPG사진제공=사회적가치연구원


실제 지급 사례도 쌓였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지난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I 기반 재활용 로봇을 운영하는 수퍼빈은 SPC에 6년간 참여해 약 75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약 16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취약계층 고용과 자원 재활용 사업을 하는 컴윈은 9년간 약 116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으며, 약 16억원을 지급받았다.


최 회장은 SPC를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굴러가듯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를 측정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출 수단으로는 AI를 꼽았다. 최 회장은 "정밀한 가치 측정에 드는 높은 거래 비용은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WEF 보고서에 담긴 제안..."시장의 규칙을 변화시켜야"


사회성과에 보상하는 방안을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은 지난 8일 발간된 WEF 보고서에도 담겼다. WEF와 슈왑재단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소셜파이낸스인터내셔널(SFI)과 협력해 '임팩트 경제: 공시를 수요로 전환하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사회성과 측정과 공시를 실제 구매·투자 수요로 연결하기 위해 규제·상업·금융·협력 등 네 가지 경로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공동서문에서 "사회적 가치가 실제 경제적 가치와 자원 배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시장의 규칙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시장 실패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규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행사에서는 이러한 보상 방식이 작동하는 현장을 방문한다. 참가자들은 사회적 기업 에이아이웍스와 닷을 비롯해 국회, 현대차정몽구재단, 임팩트 투자사 MYSC 등을 찾아 정책과 투자 경험을 공유한다. SEWF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앞서 발간한 공동보고서에서도 한국을 완성된 성공모델보다 정책과 시장 제도를 계속 시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로 소개했다.


제리 히긴스 SEWF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정부와 민간, 비영리조직이 각자의 정책·기술·방법론을 투입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본 프로그램 마지막 날인 15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방문해 사회적 기업과 임팩트 벤처를 통한 개발협력 사례를 살펴본다. 행정안전부가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 논의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