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5세대 '디 올 뉴 투싼'이 한층 과감해진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보다 길어진 보닛과 뒷바퀴 주변의 입체적인 굴곡이 특히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선과 강인한 차체 형상이 어우러지면서 이전 모델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다만 이러한 디자인을 실제 자동차에 구현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평평한 철판을 복잡한 형태로 가공할 때 표면이 주름지거나 찢어질 수 있었다.
디 올 뉴 투싼 주행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신형 투싼 개발 과정에서 통상 3개월가량 진행하던 차체 성형 사전 검증 기간을 약 5개월로 늘렸다. 사전 검증도 평소의 3~5배 수준으로 진행했다.
현대차는 지난 7일부터 이틀간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를 열고 신형 투싼의 디자인과 차체 성형 기술,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신형 투싼에는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인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 적용됐다. 강철 특유의 강인함과 팽팽한 긴장감을 선명한 선과 대담한 곡면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에는 차체 양쪽까지 넓게 뻗은 '클램쉘' 타입 보닛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기존 모델보다 보닛 길이를 15% 늘리고, 중앙부 양옆이 솟아오른 부분의 높이 방향 볼륨감도 50% 확대했다.
높낮이 차이가 큰 보닛을 하나의 철판으로 제작하려면 정교한 성형 기술이 필요하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 전시된 (좌부터)디 올 뉴 투싼 후드, 4세대 투싼 후드 / 현대자동차
자동차 보닛은 평평한 철판을 금형으로 눌러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프레스 공정을 거친다. 이때 철판이 금형에 닿는 시점이나 부위별로 당겨지는 정도가 달라지면 표면에 불필요한 굴곡이 생길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지 형상 제어 기술'을 적용했다.
완성 과정에서 잘라낼 여유 철판을 미리 볼록하게 만들어 주변 부위가 금형에 너무 일찍 밀착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철판이 최종 형태로 가공되는 동안 표면이 불필요하게 울거나 굴곡이 생기는 현상을 줄여준다.
보닛 가장자리를 접어 내부 패널과 결합하는 과정에는 프레스의 힘을 필요한 방향과 각도로 전달하는 '유닛 캠'을 활용했다. 길어진 보닛의 뒤쪽 가장자리까지 정교하게 접어 접합 품질과 마감 완성도를 높였다.
차체 측면 역시 제작 난도가 높아졌다. 신형 투싼은 측면 외판에서 볼륨을 강조한 부분의 비율을 기존보다 약 20% 확대했다. 특히 뒷바퀴를 감싸는 리어 펜더의 성형 각도를 약 13도 키워 더욱 깊고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현대자동차 성형검증선행생기팀 최수영 책임매니저가 발표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측면에서 바라보면 뒷바퀴 주변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듯한 모습이다. 차체에 강인한 인상을 더하지만, 철판을 깊게 성형하는 과정에서는 소재가 특정 부위에 몰려 주름이 생기거나 지나치게 늘어나 찢어질 위험이 커진다.
현대차는 '다방향 인장 제어 기술'을 활용해 철판이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을 억제했다.
나중에 잘라낼 철판 일부를 미리 움푹하게 눌러 주변 소재가 여러 방향으로 당겨지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철판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켜 주름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복잡한 형상을 여러 단계에 걸쳐 완성하는 '다단 성형 공법'도 적용했다.
초기 성형으로 기본 형태를 만든 뒤 후속 공정을 두 단계로 나눠 리어 펜더의 깊은 굴곡을 다듬었다. 한 번에 복잡한 형태를 만드는 대신 단계적으로 가공해 철판의 주름과 균열 발생을 줄였다.
신형 투싼의 복잡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현대차 내부의 협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미디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과거 현대차는 생산성을 중심으로 금형과 차체 성형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자동차 외관에 복잡한 곡면과 날카로운 선이 늘어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디자이너가 구상한 형태를 구현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졌다.
디자인 부서에서는 더욱 과감한 형태를 제안하고, 차체 성형 부서에서는 이를 실제 철판으로 구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디자인의 완성도와 생산 과정에서의 기술적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각 분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디자인과 차체 성형 분야가 참여하는 정기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 연구원들이 개발 초기부터 의견을 교환하며 복잡한 차체 형상을 구현할 방법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신형 투싼의 보닛과 리어 펜더에도 이러한 협업의 결과가 반영됐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25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신형 투싼의 보닛과 측면 차체 패널 등 실제 부품을 통해 차체 성형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