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 대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정부가 상대국 주재 대사를 불러들인 것은 2008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한 이후 18년 만의 초강수 외교 조치다.
이번 조치는 양국 간 비공개 합의 위반에 대한 책임 추궁과 우크라이나의 미흡한 사과에 따른 것이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포로 송환 협의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 및 제3국 포로 처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대외 공개를 자제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먼저 요청했다. 한국 정부 역시 포로와 그 가족의 안전, 그리고 외교·안보적 파장을 고려해 이 요청에 동의하며 비공개 합의를 맺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6.7.8/뉴스1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아쉽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하거나 양국 갈등을 '외교적 오해'로 치부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반응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아쉽다고 했더니 합의 사실이 없다고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사실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관한 문제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고강도 조치를 시사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진실을 감추고는 관계가 증진이 될 수 없다"며 일시적인 관계 경색을 감수하더라도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조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겠다"고 보고했으며, "관계가 다소 조금 경색되더라도 향후 다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복원해 재건 등 협력을 추진할 자신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대한 합의 위반을 미온적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측은 한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명확한 사과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 장관은 국감에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으로부터 "사과의 말도 들어 있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언급했으나,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과는 좀 차이가 있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이번 대사 소환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 및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6.10.6/뉴스1
정부의 이번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은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위반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국가 간 신뢰와 외교적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례적인 외교적 조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