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금)

커피 한 잔에 3만원, 코스는 17만원... 미국에 등장한 '커피 오마카세'

바쁜 아침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뛰어나가는 풍경 대신, 사전 예약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바리스타에게 주문과 17만 원이 넘는 비용을 온전히 맡기는 새로운 커피 문화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등장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연상시키는 일본식 ‘커피 오마카세’ 전문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며 희귀 원두와 푸드 페어링, 무알코올 칵테일을 결합한 고가 미식 경험을 선보였다.


7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도쿄 등지에서 시작된 이러한 방식이 캘리포니아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상륙하며 고급화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일반적인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의 가격도 전 세계에서 공수한 희귀 원두를 사용해 20달러(약 2만 7000원)를 넘어서는 추세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데이글로우, 쿰쿼트 커피 같은 유명 매장들이 정밀하게 추출한 원두 커피로 마니아층을 형성해 왔으며, 최근 오렌지카운티의 플레이 커피에서는 중국 로스터리의 희귀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을 25달러(약 3만 4000원)에 소비하는 광경도 자연스러워졌다.


mak-signature-coffee-cocepts-studio-143806472.jpg오마케 / CA Post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이러한 흐름의 최전선에 선 곳은 스튜디오시티 벤투라 대로에 지난달 25일 개장한 바 ‘오마케’다. 호두나무와 천연 석재를 조합한 실내 공간은 일반 테이크아웃 전용 카운터와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시음 바의 두 구역으로 나뉜다.


개장 직후 버터플라이피 꽃잎, 복숭아, 산자나무 열매, 로즈메리를 조합한 시그니처 말차 음료 영상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수만 회를 기록하며 방문객이 몰렸다. 업주 이스쿠히 칼란타랸은 단 하루 동안 매장을 찾은 고객이 약 600명에 달했다고 캘리포니아 포스트에 전했다.


해당 매장의 일반 음료 가격은 11달러(약 1만 5000원) 이하이지만, 오는 15일 시작하는 5코스 오마카세 시음 프로그램은 1인당 125달러(약 17만 원)에 달한다. 바리스타가 원두 설명과 이야기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칼란타랸은 “이곳에서 커피의 ‘제5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며 “원두를 실험하고 다양한 맛을 시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코스 메뉴 중 하나는 커피로 만든 면에 향을 가미한 우유를 붓고 자체 개발한 ‘에스프레소 달걀’을 얹어 라멘 형태로 제공한다.


komakase-coffee-san-francisco-ca-144024455.jpg코마카세 인스타그램


칼란타랸은 “달걀을 깨면 에스프레소가 흘러나온다”며 “음료이지만 기본적으로 음료를 먹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전역을 수소문해 확보했으나 정확한 원산지는 비공개에 부친 희귀 리베리카 원두도 코스의 중심을 이룬다.


캘리포니아 북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전문점이 자리 잡았다. 조시 데스포시토와 키런 엥이 설립한 ‘코마카세’는 2024년 7월 격주 팝업 형태로 시작해 예약제 커피 시음으로 인기를 끌었다.


초기 페이퍼 선 커피 공간을 빌려 55달러와 65달러에 제공했던 테이스팅 메뉴는 연일 온라인 예약 매진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 매장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최초의 커피 오마카세로 소개하며 지역 최고의 커피 명소 중 하나로 꼽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주 4일 매장을 운영 중인 엥은 운영 일수를 늘린 뒤에도 주말 예약은 여전히 빠르게 마감된다고 전했다.


1인당 요금은 세금을 포함해 96달러(약 13만 원)이며, 캘리포니아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 3종과 커피 음료 5종을 번갈아 제공한다. 손님들은 서로 다른 원두와 가공 방식을 비교할 수 있도록 나란히 제공되는 핸드드립 커피 2종으로 시작해 에스프레소 음료와 커피 무알코올 칵테일 순서로 맛보게 된다.


mak-signature-coffee-cocepts-studio-144010551.jpg오마케 음료 / CA Post


이곳에는 미국 동부와 시애틀 등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원정 방문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엥은 캘리포니아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커피 애호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고객이 방문한다”며 “아침 비행기로 시애틀에서 날아와 코마카세를 이용한 뒤 오후 비행기로 돌아간 부부도 있었고 뉴욕과 조지아 등 미국 전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단 몇 모금의 커피에 100달러가 넘는 돈을 쓰는 데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하지만, 운영자들은 커피 원두에 대한 문화적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엥은 “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음료이지만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 대상”이라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며 예약제 서비스를 통해 이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