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금)

삼성전기서 245억 수주한 한미반도체...곽동신은 왜 '삼성그룹'을 불렀나

삼성전기 기판 장비 계약에 그룹 전체 향한 환영 인사

지난해 삼성전자에 TC본더 공급 가능성 열어둔 곽동신...다음 주문은


주문은 삼성전기에서 왔고, 환영 인사는 삼성그룹을 향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삼성그룹을 환영한다 산업 기사본문 - 코리아리포트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 사진제공=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가 삼성전기에서 244억8000만원 규모의 장비를 수주했다. 곽동신 회장은 "삼성그룹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계약 상대인 삼성전기를 넘어, 과거 특허 분쟁으로 얽혔던 삼성전자까지 아울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지난 6일 삼성전기와 AI 반도체 기판 제조용 대면적 '마이크로 쏘&비전 플레이스먼트(MSVP)' 장비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의 4.24%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은 이달 2일부터 내년 12월17일까지다.


곽 회장은 수주 발표와 함께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핵심 가치를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삼성전기 생산 일정에 맞춰 납기와 설치·셋업 품질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일정과 장비는 계열사에 맞췄지만, 환영 메시지는 그룹 전체에 보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TC본더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기에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기의 기판 투자, 한미반도체 장비 주문으로


이번에 삼성전기가 발주한 MSVP는 절단·검사·선별·적재 등의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다. 계약 대상은 AI 반도체 기판 제조용 대면적 장비로, HBM 생산에 사용하는 TC본더와는 다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FC-BGA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세종사업장에 4조2700억원, 베트남 법인에 약 2조51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두 사업장 투자액을 합치면 6조7800억원이다.


세종사업장 투자는 단일 제품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 기간은 2026년 9월부터 2028년 5월까지다. 고객사의 투자금 지원과 중장기 물량 보장도 포함됐다. 삼성전기는 고객 수요를 확보한 상태에서 생산설비를 늘리게 됐다.


한미반도체도 삼성전기를 상대로 대규모 공급 실적을 확보했다. 기존에도 삼성전기에 장비를 소량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연간 매출의 4%를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없던 고객을 새로 확보한 경우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곽 회장은 이 계약을 알리면서 삼성과의 오랜 이력도 다시 불러냈다. 한미반도체는 과거 삼성전자 자회사 세크론과 반도체 장비 특허를 놓고 법정에서 다퉜다. 2011년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2년 세크론의 특허침해를 인정해 약 21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주문을 낸 삼성전기는 당시 소송의 피고가 아니다. 그럼에도 곽 회장이 환영 대상으로 '삼성그룹'을 지목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거래 이력까지 이번 수주에 함께 따라붙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지난해는 "고객사가 원하면"...올해는 "삼성그룹 환영"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 경영진은 지난해 10월 반도체대전에서도 만났다. 당시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미반도체 부스를 찾아 차세대 장비 설명을 들었다.


곽 회장은 현장에서 삼성전자에 TC본더를 공급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객사가 원하면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급 가능성을 닫지 않으면서 고객사의 선택을 조건으로 달았다.


약 1년 뒤 공개한 계약의 상대는 삼성전기였다. 곽 회장은 이번에는 '삼성그룹'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공급 의향을 밝혔던 지난해 발언 옆에, 삼성 계열사에서 확보한 244억8000만원의 주문이 놓였다.


삼성전기 수주를 계기로 한미반도체가 삼성전자에도 장비를 공급할지 묻는 보도도 이어졌다. 기판 장비 계약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삼성전자 HBM 장비 구매로 옮겨간 것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계약의 범위는 삼성전기 MSVP 공급이다. 삼성전자 TC본더 공급 계약이나 장비 평가 결과는 해당 공시에 담겨 있지 않다. 지난해 곽 회장이 열어둔 공급 가능성과 이번 삼성전기 수주 사이에, 삼성전자의 주문이 추가될지는 남아 있다.


한미반도체가 삼성전기에 공급하기로 한 장비의 계약 종료일은 2027년 12월17일이다. 곽 회장의 환영 인사 이후 다음 삼성 계열사 계약에 어떤 회사와 장비 이름이 올라올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