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이 발달장애 아동 학대 의심 상황에서 녹음 증거 인정을 요구하며 대법원에 2만4000명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6일 주호민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포함한 장애인 단체 10곳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스스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 아동의 학대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주호민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웹툰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2024.2.1 / 뉴스1
그는 "내 아들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사건 당시 9살이었던 아들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며 "아이 엄마가 대신 한 녹음은 1심에서 학대 사실을 밝히는 증거가 됐지만 2심에는 부모가 했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호민은 "같은 말이 녹음됐는데도 누가 버튼을 눌렀느냐에 따라 그 목소리가 재판에서 지워졌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모든 교실에 녹음기를 들이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CCTV도, 증인도 없는 곳에서 피해를 설명할 수도, 증거를 남길 수도 없는 사람에게 녹음마저 허용치 않으면 무엇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주호민은 "우리 가족을 잘 모르시는데도 서명해주셨다. 한 아이나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의 문제임을 알아주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아이는 청소년이 돼 조금씩 자기 말을 배워간다. 자기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하길 바라며 그날까지 내가 대신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웹툰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2024.2.1 / 뉴스1
주호민은 '녹음 금지 예외 인정, 학대 피해 방어권 보장!' 피켓을 들고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회견 후에는 2만 40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대법원에 직접 제출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9월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에서 발생했다. 특수교사 A 씨는 당시 9세였던 주호민의 아들에게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어.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발언을 해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호민 측은 아들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두었고, 이 녹음 내용을 토대로 A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주호민 측이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검은 항소심의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며,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