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1일(일)

KAI 민영화 다시 국감으로...英·브라질은 무엇을 넘기고 무엇을 남겼나

英, '25% 지분 유지' 약속 특별주로 대체...브라질은 군용기 사업 거부권

BAE, 美 매출 비중 43%...엠브라에르 E-Jet 2000대 인도·60여개국 진출


KAI가 만든 전투기는 한화가 공급한 엔진을 달고 하늘로 올랐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을 함께 띄운 두 회사는 국산 항공무장 개발과 해외 공동마케팅에도 손을 잡았다.


한화그룹은 올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15.89%까지 늘려 2대주주가 됐고,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꿨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은 26.41%다.


이 지분의 처리 방향은 오는 20일 수은 국정감사에서 다뤄진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김종출 KAI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질의 사유에 '수출입은행 보유 KAI 지분 매각 및 민영화'를 명시했다. 수은은 아직 지분을 팔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 /뉴스1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 / 뉴스1


수은이 최대주주로 남아 있어야만 KAI의 안보상 역할을 지킬 수 있을까. 해외는 어땠을까. 영국과 브라질은 항공기업의 경영을 민간에 맡기면서도 정부가 계속 관여할 사안을 정관에 남겼다. 영국은 정부 지분을 유지하는 대신 특별주로 특정 정관의 변경을 막았고, 브라질은 군용기 사업과 지배권 이전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


英 '25% 유지' 대신 특별주...브라질은 군용기 사업 거부권


영국 BAE시스템스의 전신인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는 1981년 부분 민영화에 이어 1985년 정부 잔여 보통주 매각을 거쳤다. 지분을 처분하기 전 영국 정부는 최소 25%를 계속 보유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외국인 소유 제한과 이사 국적에 관한 정관을 다른 주주들이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이 권한을 특별주에 담기로 했다. 1985년 1월 15일 하원에 출석한 노먼 테빗 당시 영국 통상산업장관은 특별주가 같은 정관 변경을 막을 수 있어 보통주를 계속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남아 있던 지분 48.43% 전량을 매각하고, 회사는 신주 발행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방안을 의회에 보고했다.


정부가 남긴 특별주의 액면가는 1파운드였다. 현재 BAE에서도 단일 외국인 주주나 공동으로 행동하는 외국인 주주 집단이 15%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정부 동의 없이 바꿀 수 없다. 올해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특별주 보유자는 일반적인 의결권 없이 정관에 정해진 특정 사안에 동의권을 행사한다.


BAe는 1999년 마르코니 일렉트로닉 시스템스와 결합해 BAE시스템스로 출범했다. 항공기와 방산 전자·해군 함정 사업을 한 회사에 모았다. 지난해 BAE의 매출은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283억3600만파운드, 영업이익은 29억2500만파운드였다. 전년보다 각각 8%, 9% 늘었다.


GettyImages-2232966031.jpgBAE SYSTEMS / GettyimagesKorea


회사가 합작사 지분을 반영해 집계한 지역별 매출에서 미국은 43%로 영국의 27%를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튀르키예가 타이푼 전투기 2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BAE가 맡을 사업 규모는 46억파운드로 예상되며, 회사는 이번 계약으로 영국 내 타이푼 생산이 2030년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완제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를 1994년 민영화했다. 2006년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분산 소유 구조로 개편할 때도 연방정부의 황금주 권한은 유지했다.


엠브라에르 정관 제9조에는 정부가 막을 수 있는 결정들이 적혀 있다. 군용기 사업의 신설·변경, 군용기 정비용 부품 공급 중단, 회사 지배권 이전 등이 대상이다. 정부의 황금주 권한을 바꾸는 정관 개정에도 거부권이 적용된다.


민영화 2년 뒤인 1996년에는 ERJ-145 계열 제트기 인도를 시작했다. 2004년 상업운항에 들어간 후속 E-Jet 계열은 지난달 누적 인도 2000대를 달성했다. 이 기종을 도입한 항공사는 60여개국 9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 엠브라에르 매출은 75억7800만달러로 전년보다 18% 늘며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방산·보안 부문 매출도 36% 증가했다.


군용기 수출은 '방산 선진국' 한국으로도 이어졌다. 방위사업청은 2023년 12월 대형수송기 2차 사업 기종으로 엠브라에르의 C-390을 선정했다. 계약에는 항공기 공급과 함께 교육훈련, 지상지원 장비, 예비부품 공급도 포함됐다.


방산 기업결합엔 거래 조건...한화·대우조선도 조건부 승인


BAe와 마르코니의 결합 당시 영국 정부는 별도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했다. 새 회사의 사업 운영에 관한 이행약정을 요구했고, BAE가 2000년 제출한 약정을 수용했다. 정부 특별주의 권한과 함께 기업결합에 따른 약정도 적용됐다.


GettyImages-2292669044.jpgEMBRAER / GettyimagesKorea


KAI에서도 한화의 경영 참여와 함께 공급업체 선정과 경쟁사 정보 보호 문제가 제기돼 있다. KAI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지난달 공동성명을 통해 한화의 경영권 확보와 방산 수직계열화에 반대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한화의 KAI 지분 15.89% 취득을 이미 승인했다. 현재 지분으로는 KAI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 곁들여졌다. 한화가 지분을 더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면 기업결합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지만, 한화는 추가 지분 매입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국내 방산업에서도 인수를 허용하면서 경쟁사와의 거래에 조건을 붙인 전례가 있다. 공정위는 2023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 취득을 조건부 승인했다. 한화의 함정 부품 사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건조 사업이 같은 그룹에 속하게 됐다.


공정위는 함정 입찰에 쓰이는 장비의 견적가격을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경쟁사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을 계열사에 넘기는 행위를 금지했다. 경쟁 조선사가 방위사업청을 통해 장비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도 막았다.


경쟁 여건을 다시 점검한 공정위는 올해 함정과 8개 부품 시장에 대한 조치 기간을 3년 연장했다. 신규 사업자 진입 등으로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된 2개 부품 시장에서는 조치를 끝냈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로 편입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보고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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