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 방울로 단 10분 만에 중증 혈관질환 관련 분자 생체지표를 판별해 응급 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술이 나왔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와 홍선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혈장에서 질환 관련 마이크로RNA(miRNA)를 즉각 포착하는 진단 플랫폼 '세이프(SAFE)'를 개발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해당 연구 성과는 나노과학 및 바이오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세포가 체내로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세포외소포'는 단백질과 핵산, 마이크로RNA 등 질병 유무를 알려주는 핵심 생체지표를 포함하고 있다. 종전 방식은 혈액 속에서 세포외소포를 분리하고 내부 RNA를 뽑아내는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해 정밀 분석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고가의 전문 장비가 필수적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초음파를 활용해 세포외소포에 인공 미세 캡슐인 '리포솜'을 고속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방식으로 복잡한 RNA 추출 단계를 생략하고 혈장에서 표적 마이크로RNA를 곧바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실제 심혈관질환 환자 20명과 비질환 대조군 15명의 혈장을 분석한 결과, 심근 손상 지표인 마이크로RNA(miR-133a, miR-208a)를 91.4%의 정확도로 진단했다. 연구팀은 향후 분초를 다투는 응급실 현장에서 심혈관질환은 물론 암, 신경퇴행성질환, 안과 질환 등 다양한 중증 질환의 조기 분자 진단에 이 기술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연구진은 그동안 황반변성을 비롯한 다양한 망막혈관질환에서 세포외소포 내부의 마이크로RNA를 분석하는 것이 질병의 발생 기전과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며 "이번 연구로 복잡했던 세포외소포 분석을 단 10분 만에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SAFE 플랫폼이 향후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 질환을 신속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 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SAFE 플랫폼은 세포외소포를 분리하거나 RNA를 추출하지 않고도 혈장에서 직접 마이크로RNA를 분석할 수 있는 간편 분자 진단 기술"이라며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 검증을 확대해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