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준환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김일성 만세하던 사람"이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박 의원이 강력히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김 의원은 결국 "동료 의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줬다"며 사과했다.
논란의 발단은 19일 오전 외통위 전체회의가 정회된 직후였다. 박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오전 질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퇴장하던 중 김 의원이 '우리 아버지가 국가유공자고 나는 국정원에서 25년간 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유공자니까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하자 김 의원이 "당신들은 김일성 만세를 부르던 사람들이야, 조심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준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박 의원은 "귀를 의심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저를 비롯한 3만4000명의 탈북민들은 김일성 일가의 독재와 한 줄기의 인권조차 허용되지 않는 전체주의 체제를 단호히 거부하고, 목숨 걸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통받고 있는 2600만 북한 주민들의 한 줄기 희망마저 꺾어버리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발언권을 얻은 김 의원은 "박 의원이 북한 땅에서 겪은 고통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통상 좌파로 정의되는 민주당의 통일을 위한 어떤 노력조차도 폄훼하는 경향과 이런저런 것들이 합쳐져서 결국은 입에 담지 못할 얘기를 한 듯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제 태도가 대단히 흥분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가슴에 비수가 됐던 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 측은 별도로 "'당신들(탈북민)'이 아닌 '당신(박 의원)'으로 특정해 발언했다"며 "개인 간 다툼을 특정 집단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의원 간 갈등은 오전 회의에서 시작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박 의원이 질의를 쏟아내면서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박 의원은 정 장관을 향해 "장관이 하시는 이 행위가 대한민국 헌법 기본질서에 맞는가", "최근에 통일은 폭력적이라고 하셨는데 통일부 장관은 그러면 폭력부장관입니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입니까" 등의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이 박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2·3차장을 지냈다. 박 의원은 2009년 4월 두만강을 건너 한국으로 귀순한 탈북민으로,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을 지내다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