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8일(토)

전 통일부 장관들 "北에 '조선' 호칭, 새로운 것 아냐"

남북 관계 원로들이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는 것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과거 30여 년간의 남북 합의서에서 이미 사용된 표현이라며 새삼스러운 이슈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최한 평화통일고문회의 차담회가 열렸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재정, 임동원, 정세현 등 역대 통일부 장관 출신들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과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통일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평화통일고문회의는 각계 원로와 현역 전문가들로 구성돼 올해 초 출범한 바 있다.


origin_정동영장관평화통일고문회의’원로들과차담회.jpg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 오찬간담회 앞서 차담회를 갖고 있다. 2026.8.7/뉴스1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임동원 전 장관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명시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에 작성된 이 선언문이 그 근거다.


임 전 장관은 "'조선'이라는 말을 쓰자고 하는 것이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맡았던 정세현 전 장관은 "1991년 이후 양국의 공식 국호를 쓴 남북합의서가 1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말로 하자는 데 왜 이렇게 겁을 내나"라며 반문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노태우 대통령이 재임 당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렀던 사례를 언급했다. 백 교수는 "유구한 전통인데, 서로 별명을 부른다는 것도 아닌데 그것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쪽이 싫어하는 얘기를 계속하면서 이름을 불러줘봤자 효과가 없다"며 '비핵화' 언급을 하는 한 북측 입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칭호를 백번 불러봤자 적대행위를 하는 국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싫다는 데도 3,480억 대북지원하겠다며 예산 편성한 통일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GettyimagesKorea


정동영 장관은 1995년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3단체가 보도 제작 준칙에서 '조선'이라는 호칭을 쓰자고 했던 점을 거론했다. 정 장관은 "이제 언론의 몫이다. 언론에서 이것을 수용해주느냐, 계속 정쟁거리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노력한다고 해왔지만 북은 여전히 강고하다"며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남북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평화공존 시대를 열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바늘구멍조차 막혀있는 상황이어서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정 장관은 통일부가 북한 공식 국호 사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를 뒷받침하는 역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장관은 5일 진행된 청와대 업무보고를 언급하며 "시간이 압축되다 보니까 공론화를 한 뒤에 하겠다는 말이 빠져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통일부의 방침이 정해진 거처럼 보도됐는데 그건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지난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남북한의 상호 존중과 호혜 협력을 위한 실천 조치로 북한의 공식 국호 부르기를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의 '첫걸음'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들은 뒤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의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통일부도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가 호칭 사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로와 시민단체의 공론화 과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