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7일(수)

쿠팡 "동일인 지정, 소명 기회 보장하지 않아"... 공정위 "행정청의 재량 영역"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 처분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재계와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외국계 기업에 국내 대기업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동일인 변경지정 처분 취소 소송의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열었다.


부장판사 권순형이 주재한 이날 심문에서 쿠팡과 공정위는 지정 처분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뉴스1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뉴스1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김범석 의장에 대한 총수 지정은 본안 재판이 끝날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쿠팡은 공정위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던 판단을 번복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쿠팡 측은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제출 및 소명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은 행정청의 재량 영역"이라며 맞섰다.


쿠팡 측은 "쿠팡Inc(미국 법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라 공시하고 있는데, 동일인 지정이 되면서 SEC의 공시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가 공개되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해도 손해를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뉴스1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뉴스1


그러면서 "외국계 기업집단이 실질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측 "쿠팡이 주장하는 손해는 가정적인 내용인 반면, 효력정지로 인한 규제 공백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해당 국가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당연한데 외국계 기업이 이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고 반박했다.


본안 소송의 핵심은 김 의장 일가의 실질적 경영 참여에 대한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와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 등이 쿠팡 계열사에서 임원급으로 일하며 경영에 관여하고 있어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김 의장의 실질적 지배력 인정 여부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김 의장은 국내 쿠팡 지분이 0%지만 공정위는 실질 지배자로 보고 있다.


쿠팡이 미국 상장기업이라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공정위는 국내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대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는 이번 소송이 외국인 총수를 둔 해외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 적용 범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