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포럼 첫 한일특별세션 개최
AI·에너지·반도체 협력 실행 의제로 제안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한일 경제협력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설 협력 체계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 AI, 에너지, 반도체, 고령화 대응 등 양국이 함께 마주한 구조적 과제를 공동으로 풀어야 저성장 국면을 넘어설 수 있다는 취지다.
사진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최 회장은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한일 협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실행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기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하고 SK와 최종현학술원이 기획했다. 주제는 '견고한 한일관계를 뒷받침하는 다각적 경제협력'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김진표 전 국회의장 등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1995년 시작된 닛케이포럼에서 한일특별세션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에너지·반도체로 넓힌 한일경제연대
최 회장은 이날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 행장과 '복잡해지는 국제정세 속 한일의 지향점'을 주제로 대담했다. 그는 지난해 처음 제시한 한일경제연대 구상이 지금 더 절실해졌다고 봤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자유무역 질서의 약화, 관세 장벽과 수출 통제 확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회장은 한일경제연대를 "한일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드는 룰 메이커로 도약하는 발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나라가 여러 사회문제를 마주하며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가운데 한일경제연대는 성장과 저비용 구조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 AI, 고령화 대응을 들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양국이 구매, 도입, 비축 등 전 영역에서 협력하면 사회의 기초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에너지는 안보"라며 AI 전환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커지는 만큼 에너지 비용 절감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AI 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함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양국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AI 팩토리 등 인프라 협력을 통해 협상력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대응 분야에서는 의료 장벽을 낮추고 양국의 헬스케어 역량을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도체와 AI는 한일경제연대의 핵심 산업으로 제시됐다. 최 회장은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과 일본의 산업 생태계를 결합하면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일 협력 대상을 AI 인프라로 넓히고 이를 AI 상품화해 수출해야 한다"며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가는 경제협력은 지정학적 위협을 극복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치 불확실성 넘을 상설 플랫폼 제안
최 회장은 협력 구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상설 플랫폼도 제안했다. 기업, 학계, 청년 등 다양한 협력 의제를 한데 모으는 '빅 텐트'를 만들고, 규제와 표준 차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어려움을 사전에 논의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두 나라 정부가 기업, 학계, 청년 등 다방면의 협력 의제를 하나로 모으는 상설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서 한일협력 추진의 어려운 점을 선제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이어 "한일경제연대로 두 나라 경제규모가 단순 합계인 6조달러를 넘어 1조달러 상당의 시너지 효과까지 내면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양국 주요 인사들도 한일 협력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기시다 전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인 두 나라 관계를 위해 공급망, 에너지, AI 등의 분야에서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수도권 집중,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를 푸는 데도 양국 협력은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도 "시장경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은 세계적 격변기에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에서 "정부는 양국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계에서도 협력 의제가 제시됐다. 도쿠라 고문은 에너지 자급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에서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가토 행장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의 양국 기업 협력을 예로 들며 한일경제연대를 실무 단계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최고경영자(CEO)가 한일 연대를 통한 공동 번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는 한일이 함께 주도하는 'AI 경제권 클러스터'를 협력 의제로 제안했다.
김완종 SK AX CEO와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고니시 요코 일본 경제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야나세 다다오 NTT 부사장은 미·중 AI 패권 경쟁 속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놓고 토론했다. 김 CEO와 야나세 부사장은 SK그룹과 NTT의 AI 전환 경험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제조 AI 등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사진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박상규 SK그룹 일본총괄 사장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 한일경제연대가 두 나라 생존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는 공감대가 넓혀지고 있다"며 "올해 첫 한일특별세션 개최를 계기로 AI, 에너지, 저출산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 두 나라 미래세대가 공존, 발전하기 위한 한일경제연대를 구체화하는 데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