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투자 자금이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고환율 부담과 국내 증시 강세로 해외로 향하던 개인 투자자금이 주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비금융기업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4억2490만달러(한화 약 6578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억6810만달러(약 2600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국제수지 통계에서 비금융기업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자금 흐름으로 분류된다.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1월 57억1020만달러(약 8조 8400억 원)에서 시작해 2월 35억6510만달러(약 5조 5200억 원)로 줄어들었고, 3월에는 6억3720만달러(약 9868억 원)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간 이어졌던 순투자 흐름이 4월 들어 뒤바뀐 것이다.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2026.6.8/뉴스1
미국 주식 매도 움직임은 5월에도 계속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5월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주식 7억9367만달러(약 1조 2373억원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환율 부담을 꼽는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동일한 미국 주식을 구매하더라도 원화 환산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도 해외주식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작년에는 인공지능과 빅테크,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며 해외주식 투자 열풍을 이끌었지만, 최근 해외 증시가 급등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국내 증시의 강세는 자금 흐름을 국내로 돌리는 역할을 했다. 코스피가 최근 28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지속하자 해외로 향했던 개인 투자 자금 일부가 국내 시장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복귀를 목적으로 도입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제도의 효과도 일정 부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