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등록 마감·29일 제안서...사업기간·예산은 1차와 동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1차 입찰에 불참한 HD현대중공업이 2차 입찰에서는 더 좁은 선택지를 맞게 됐다. 응찰하면 보안감점 1.2점을 안은 채 한화오션과 평가 테이블에 서야 한다. 다시 빠지면 한화오션 단독 응찰 구도가 반복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8일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 재입찰을 공고했다. 공고번호는 2026EM400027000-02, 공고기관은 한국형구축함사업팀이다. 2차 사업설명회는 오는 26일 오전 9시 30분 정부과천청사 방사청 입찰실에서 열린다.
참가등록은 28일 오전 10시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서 마감된다. 제안서 제출기한은 29일 오전 10시, 개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다. 제안서는 방사청 입찰실에 직접 제출해야 하며 택배·우편 접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KDDX는 6000t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 기준 7조439억원이다. 이번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확정 예산은 8820억9900만원, 사업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71개월이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은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각각 맡았다.
HD현대중공업이 1차 입찰에 빠지며 제시한 사유는 사업기간 단축, 예산 동결, 기본설계 자료 공유 문제였다. 사업기간은 기본설계 당시 76개월에서 71개월로 줄었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도 선도함 예산은 동결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방위사업청이 기본설계 자료 일부를 한화오션에 제공한 점도 문제 삼았다.
1차 불참 명분, 2차 공고에서도 그대로 남았다
재공고문 기준으로 사업기간과 예산 조건은 1차와 달라지지 않았다. 사업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71개월, 사업예산은 8820억9900만원이다. 계약방법도 지명경쟁계약,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HD현대중공업이 1차 불참 사유로 든 두 가지 조건이 2차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의미다. 응찰하려면 자신이 든 불참 사유를 스스로 수용해야 하고, 불참을 이어가려면 1차와 같은 명분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이 응찰하면 보안감점 1.2점을 안고 한화오션과 맞붙는다.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추가 보안감점 1.2점을 2026년 12월 6일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1.2점은 함정 수주전에서 가볍게 볼 숫자가 아니다. 앞서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 사업에서는 한화오션이 최종점수 91.8855점, HD현대중공업이 91.7433점을 받아 0.1422점 차이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갈렸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는 앞섰지만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1.8점 감점을 받았다. 이번 2차 입찰에 적용되는 1.2점은 그보다 낮지만, 0.1422점 차의 약 8배에 해당한다.
보안감점은 2026년 12월 6일에 해제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이미 두 차례 사업 지연을 겪었고, 해군의 선도함 인도 목표는 2032년이다. 방위사업청이 12월 이후로 재입찰을 미룰 가능성은 낮다. HD현대중공업이 감점 해제 시점을 기다리는 카드도 사실상 닫혀 있다.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다시 빠지는 경우도 부담이다. 2차에서도 한화오션만 남으면 단독 응찰 구도가 반복된다. 국가계약법령상 요건을 갖추면 재공고 이후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하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2차 불참이 단순한 숨 고르기가 아니라 한화오션에 절차상 명분을 더 주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다시 빠지면 한화 단독 응찰 구도 반복
자료 공유 문제를 둘러싼 법적 절차도 2차 입찰과 맞물려 있다. 방위사업청은 KDDX 상세설계 입찰용 기본설계 자료를 한화오션에 제공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14건이 자사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공개 금지 가처분을 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이를 기각했다. HD현대중공업은 15일 항고장을 제출했다.
가처분 항고와 입찰 참여는 별개 절차로 진행된다. HD현대중공업이 2차 입찰에 들어가면 자료 공유 문제를 계속 다투면서 동시에 같은 조건의 제안서를 내야 한다. 반대로 응찰하지 않으면 한화오션 단독 응찰에 따른 후속 절차를 감수해야 한다.
한화오션은 1차 입찰에서 같은 71개월·8820억9900만원 조건으로 사전등록을 마쳤다. HD현대중공업이 사업기간 단축과 예산 동결을 불참 사유로 든 같은 조건에서, 한화오션은 입찰장에 섰고 HD현대중공업은 서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2차 입찰에도 응할 것으로 알려지지만,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여부를 확정짓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기본설계 수행 경험과 설계 연속성을 앞세워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 수주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1차 입찰에서는 기본설계 수행사가 빠졌고, 개념설계 수행사인 한화오션만 응찰했다. 2차에서도 같은 구도가 반복되면 KDDX 수주전은 기술 경쟁보다 HD현대중공업의 참여 여부가 먼저 기사화되는 흐름으로 굳어진다. 방위사업청이 정한 2차 입찰 참가 등록 마감일은 2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