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 발부를 언급하며 국내 입국 시 영장 집행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일제히 포화를 퍼부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국익을 침해하고 외교적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자해 행위'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주재 국무회의에서 "지금까지야 외교 관계나 이런 것을 고려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유럽의 거의 대부분 국가가 자국 내로 들어오면 네타냐후 총리를 체포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도 판단을 해보자"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5.20 / 뉴스1
지난 20일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을 "경솔하고 무모한 도발"로 규정하며 전면적인 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공식 논평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초고난도 국제분쟁을 국내 정치식 선악 구도로 접근한 것은 매우 경솔한 처신"이라고 지적하며 "이 대통령의 논리라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 김정은부터 먼저 체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본인 재판은 정치 탄압이라며 사법체계를 흔들면서 외국 정상의 체포를 논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아전인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도 이번 발언을 두고 "국익과 직결된 엄중한 외교 현안을 SNS 소통이나 개인적 감정 표출 정도로 착각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외교 행태'"라고 몰아세웠다. 박 단장은 이어 "일국의 대통령이 감정적 언사를 공식 석상에서 내지른 것은 '국가적 재앙'이며 외교적 신뢰도를 단숨에 추락시키는 자해 행위"라고 강조했다.
박충권 공보단장 역시 논평을 더해 "이번 발언은 현지에 체류 중인 이스라엘 교민 700여 명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도박"이라며 자중을 촉구했다.
2025년 12월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라라고 클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제발 자중자애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트위터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말이나 쏟아내시던 성남시장 이재명이 아니라, 말 한마디에 나라가 죽고 사는 무게를 아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해운사 HMM의 다목적 화물선 '나무호' 피격 사건을 거론하며, "우리 국민이 다친 사건에는 입을 다무시면서 외국 정상의 체포를 말씀하신다"라며 나무호를 공격한 주체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거론할 용기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외교적 형평성 문제와 대통령 본인의 사법 리스크 모순을 비판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 아동 유괴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발부한 영장을 예로 들며, "이 대통령의 기준이라면 푸틴 대통령이 방한할 때도 체포할 것인지 한국 정부의 협력 의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다그쳤다.
나아가 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는 적어도 사법 제도의 권위 속에서 자기 재판을 묵묵히 받고 있다"면서 "자기 재판을 피하려 사법 제도를 헤집어놓고 대법원장을 악마화하는 상황에서 타국 정상의 체포영장을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 본인의 사법적 태도를 정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