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이 국내 전력기기 3사 가운데 가장 작은 수주잔고로도 1분기 최대 매출을 냈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중심의 장기 물량을 쌓는 사이, LS일렉트릭은 배전반과 차단기, 데이터센터향 전력 솔루션을 빠르게 매출로 바꾸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사 1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의 1분기 말 수주잔고는 5조6425억원이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 수주잔고는 15조1천억원, HD현대일렉트릭 수주잔고는 78억8800만달러, 원화 기준 약 11조8850억원이다. 잔고 규모만 놓고 보면 LS일렉트릭이 가장 작다.
분기 매출은 반대다. LS일렉트릭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3766억원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1조365억원,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은 8807억원이다. LS일렉트릭은 수주잔고가 3사 중 가장 작지만, 1분기 매출은 가장 컸다.
수주잔고를 분기 매출로 나눠보면 사업 구조 차이가 드러난다. LS일렉트릭의 수주잔고는 1분기 매출의 약 4.1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약 11.5배,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은 약 17.1배다. LS일렉트릭은 주문이 오래 잔고로 남는 구조보다 납품과 매출 인식이 빠른 구조에 가깝다.
사진제공=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와 송전망 설비 비중이 크다. 단가가 높고 납기가 길다.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겹치면서 글로벌 전력회사와 빅테크의 장기 발주가 수주잔고에 쌓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전력 사용처에 가까운 제품군에서 매출을 키우고 있다. 배전반, 차단기, 중저압 전력기기, ESS, 데이터센터향 전력 솔루션이 핵심이다. 데이터센터와 공장, 배전망 현장에서 전기를 나누고 제어하는 장비다. 대형 장기 발주보다 납품 주기가 짧고, 수요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실적은 이미 이 흐름을 반영했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1266억원으로 45%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9.2%로 올라섰다. 수주잔고 규모보다 매출 전환과 수익성 개선이 먼저 숫자로 나타난 셈이다.
'단기 수주'가 주를 이루는 덕분에 실적 부분에서는 빠르게 숫자로 확인되는 모습이다.
북미 매출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북미 매출은 약 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80% 늘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와 배전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면서 배전반과 전력기기 공급 물량이 늘었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만으로 북미 전력기기 시장을 보는 기존 구도와 다른 영역에서 매출을 만들고 있다.
생산능력도 확장 중이다. LS일렉트릭은 부산 초고압 변압기 2생산동을 가동하면서 1분기 초고압 변압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3% 늘었다. 연간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기존 2천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확대됐다. 기존 배전기기 강점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더하는 구조다.
미국 현지 생산기지도 보강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유타 배전반 공장 확장을 진행 중이다. 북미에서 확보한 데이터센터와 배전 인프라 물량을 국내와 현지 생산기지에서 나눠 처리하기 위한 투자다. 납기 대응력은 전력기기 호황기에서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ESS와 해외 법인 실적도 같이 움직였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ESS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배 늘었다. 베트남 법인 매출은 45%, 인도네시아 전력기기 자회사 심포스 매출은 75% 증가했다. 북미뿐 아니라 아시아 생산·판매 거점에서도 전력기기 수요가 매출로 연결됐다.
LS일렉트릭은 지난달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사업과 관련해 1억1497만달러, 원화 약 1700억원 규모의 전력 시스템 공급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NDA(비밀유지계약, Non-Disclosure Agreement)로 인해 공개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계약 상대를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