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과 중국 동북공정 악용 의혹에 대해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이 직접 고개를 숙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등에서 거세게 일어난 중국 자본 유입 의혹과 동북공정 비판 여론에 대해 가상의 입헌군주국 설정 과정에서 자주국의 정체성을 명확히 투영하지 못한 연출적 무지함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즉위식 장면에서 등장한 '구류면류관'과 황제를 향해 외치는 '천세' 등의 예법은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박준화 감독 / 뉴스1
조선왕조가 현재까지 지속된다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제후국이나 속국처럼 묘사된 연출 방식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 속 조선왕조가 대외적 외교 수사로 사대를 표방했을 뿐 명백한 주권국이었다는 점에서 가상의 대한민국 왕실을 나약하게 표현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이러한 연출적 허점은 일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의 역사가 중국의 하위 문화에 불과하다는 동북공정의 논리로 악용되는 결과를 낳으며 여론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박준화 감독은 전문가 자문을 거친 고증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연출자로서의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가상의 조선 왕실을 화면에 구현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즉위식 의식과 복식의 세부 고증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했던 자주국 국왕으로서의 위엄과 주체적인 모습을 놓치는 늪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드라마 속에서 국왕을 향해 '재산호'를 외치고 천세를 부르는 장면 등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으며 중국의 압박을 받던 역사적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려던 의도는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아울러 극 중에 등장한 중국식 다도 논란과 한복 기피 설정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놓았다. 화면에 잡힌 다기는 중국식이 아닌 현대식 다기였으며 단지 찻잔의 기능적인 활용을 보여주려 했을 뿐 중국 문화를 추종한 연출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인물 성희주가 한복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역시 전통과 왕실을 대변하는 대비 세력과 현대적 문화를 상징하는 주인공 사이의 극적인 성격 차이를 부각하기 위한 캐릭터 장치였을 뿐 의도적인 한복 비하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연출자의 사과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작성자는 "전문가 자문을 받았으면서도 동북공정 세력에게 빌미를 줄 만한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중국 자본의 영향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연출 방식"이라며 방송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계 안팎에서도 콘텐츠의 파급력이 커진 만큼 가상 역사극을 제작할 때 국가적 정체성과 역사적 팩트를 다루는 태도에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화 감독은 내부적으로 관계자들과 함께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품을 지지해 준 시청자들과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않은 대중에게 거듭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며 앞으로 남은 방영분과 향후 제작 과정에서는 더욱 깊은 고민과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노출된 불편한 장면들에 대해서도 시청자 정서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