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이 공개한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사제복 아래에 흰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카라파이아(karapaia)에 따르면, 앞서 8일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1주년을 기념해 바티칸 뉴스는 다큐멘터리 'Leone a Roma(로마의 레오)' 예고편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흰 사제복 아래로 검은색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흰색 스니커즈를 착용한 레오 14세의 모습이 담겼다.
이 장면은 멋진 스타일을 뜻하는 '홀리 드립(Holy drip)'이라는 표현과 함께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패션에 관심 있는 전 세계 누리꾼들은 즉시 교황이 착용한 신발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X 'KicksFinder'
교황이 착용한 모델은 나이키의 '프랜차이즈 로우 플러스 모델'로 추정된다. 사이드에 검은색 로고가 배치된 심플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이 운동화는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제품이다.
레오 14세는 1955년 9월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현재 70세인 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으며, 즉위 후에도 팀 모자를 쓰고 경기를 관람할 정도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추기경 시절부터 바티칸 근교의 피트니스 체육관을 정기적으로 이용해온 그는 7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근육량과 건강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스포츠를 즐기는 교황의 성향이 이번 운동화 선택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사를 돌아보면 로마 교황의 신발에는 엄격한 전통이 존재해왔다. 오랫동안 교황들은 '교황화'라 불리는 붉은색 가죽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붉은색은 그리스도와 순교자들이 흘린 피를 상징하는 신성한 색으로 여겨져 교황의 권위와 신앙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전임 프란시스코 교황은 소박함을 추구하며 검은색 구두를 선호했다. 레오 14세의 흰색 스니커즈 선택은 수세기에 걸친 관습을 한층 더 파격적으로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X 'RationalPurview'
온라인상에서는 교황의 스니커즈 착용에 대해 유머러스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이키가 역사상 가장 신성한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고, 다른 누리꾼은 "시카고에서 사람을 데려올 수는 있지만 운동화 사랑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바티칸도 드디어 스트리트 패션 시대에 들어섰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양한 AI 콜라주 작품들이 제작되는 등 교황의 새로운 패션 스타일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교황이 사제복에 운동화를 매치한 모습은 엄숙하고 격식적인 이미지의 바티칸이 현대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서려는 새로운 자세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교황의 철학이 패션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