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Ⅱ'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로 각국의 방공망 보강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산 패트리엇 체계의 공급 지연과 높은 운용 비용이 맞물리면서 천궁-Ⅱ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천궁-Ⅱ 개발사인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지난 7일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실전 운용 사례가 해외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LIG D&A 측은 "미국·이란 전쟁에서의 실전 검증 효과가 천궁-Ⅱ의 글로벌 마케팅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30발 중 29발 명중이라는 실전 데이터가 중동·동남아·남미 등 다수 국가의 신규 문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4년 서해지역에서 열린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 합동참모본부
업계에서는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신규 계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패트리엇 도입 일정이 지연된 스위스 역시 대안 방공체계로 천궁-Ⅱ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전 성능 입증한 천궁-Ⅱ... 가격·납기 경쟁력 부각
천궁-Ⅱ는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 다양한 공중 위협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방어체계다.
1개 포대는 한화시스템의 다기능 레이더 차량, LIG D&A의 교전통제소 차량,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기아가 참여하는 발사대 차량 등으로 구성된다. 발사대 1기에는 최대 8발의 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으며, 연속 발사 운용도 가능하다.
요격 방식은 목표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히트 투 킬(Hit-to-Kill)' 방식이다. 탄도탄은 15~20㎞, 항공기는 20㎞ 이상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으며 최대 유효 사거리는 약 5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천궁-Ⅱ / LIG넥스원
천궁-Ⅱ는 이미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 주요국에 수출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천궁-Ⅱ는 UAE(3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약 35억달러), 이라크(약 25억달러) 등에 수출됐는데, 그동안 실전 운용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UAE가 천궁-Ⅱ를 활용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높은 비율로 요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천궁-Ⅱ는 패트리엇을 보완할 수 있는 유력 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전 운용 데이터가 향후 수출 협상에서 중요한 신뢰 자산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과 납기 측면에서도 천궁-Ⅱ의 경쟁력이 부각된다.
천궁-Ⅱ / LIG넥스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패트리엇 미사일 1발 가격은 약 370만달러, 납품까지는 4~6년이다. 반면 천궁-Ⅱ 유도탄 가격은 발당 약 110만달러 수준으로, 패트리엇의 3분의 1 안팎으로 저렴하다.
LIG D&A가 생산 설비 확충과 2교대 생산 체제 전환을 추진하면서 향후 9~12개월 내 생산량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공체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격뿐 아니라 납기 경쟁력이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콜드 론칭' 기반 운용성 강점... 패트리엇 보완재 역할 기대
천궁-Ⅱ의 또 다른 강점은 '콜드 론칭(Cold Launching)' 기술이다. 콜드 론칭은 미사일을 발사대에서 10m 이상 공중으로 밀어 올린 뒤,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해 목표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운용상 여러 장점을 갖는다. 발사대 자체를 표적 방향으로 회전시킬 필요가 없고, 지상 장비와 주변 시설에 직접적인 화염이나 후폭풍이 가해지지 않는다.
천궁-Ⅱ / LIG넥스원
장비 마모를 줄이고 발사 위치 운용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패트리엇은 기울어진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직접 점화하는 방식이다. 표적 방향에 따라 발사대 전체를 물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며, 고온 화염과 후폭풍으로 인한 장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가 있다.
세계 방산 시장에서는 천궁-Ⅱ가가 패트리엇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패트리엇이 상층 또는 중장거리 방어를 맡고, 천궁-Ⅱ가 그 아래층에서 누락된 위협을 차단하는 식이다.
실제 패트리엇을 운용하는 UAE 역시 방공망을 보다 촘촘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천궁-Ⅱ를 추가 도입했다.
공급 능력 확대가 수출 확대의 관건
천궁-Ⅱ의 추가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실제 계약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생산 능력 확대와 납기 신뢰도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천궁-Ⅱ / LIG넥스원
이미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수출 물량을 확보한 만큼, 기존 계약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인도하느냐가 향후 신규 수주의 신뢰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해지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공급 가능 물량, 인도 시점, 후속 군수지원 체계 등을 패키지로 제시하는 국가 차원의 세일즈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방공 시장이 패트리엇 중심의 기존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공급 지연, 비용 부담,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체·보완 체계 수요가 빠르게 커지면서 향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