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6일(토)

에르메스 버킨백이 2만원?... Y2K 열풍 타고 돌아온 '젤리 퍼킨백'의 정체

수천만원대 에르메스 버킨백을 연상시키는 젤리 소재 가방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과 독특한 소재감으로 주목받는 이 제품의 정체는 바로 '퍼킨백'이다.


퍼킨백은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와 '버킨(Birkin)'을 결합한 합성어로, 에르메스 버킨백의 구조적 특징을 젤리 소재로 재해석한 가방이다. 


사각형 토트백 형태에 플랩과 벨트형 잠금장치, 자물쇠 디테일 등 버킨백의 시그니처 요소들을 그대로 차용했지만,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PVC·TPU 소재를 사용해 전혀 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캡처_2026_05_16_13_45_55_584.jpg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젤리 퍼킨백은 2003년 전후 처음 등장해 2006∼2008년 젤리 소재 유행과 함께 한차례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해외 브랜드 제품의 발매가는 약 20만∼30만원대였으나, 이후 생산 중단과 유통량 감소로 한동안 잊혔다가 최근 Y2K 패션 트렌드와 함께 20년 만에 부활했다.


연예인들의 영향력이 재유행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지난해 6월 방송인 최화정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왕년에 잘 쓰던 오렌지색의 젤리 퍼킨백이 어느 순간 동생의 '목욕탕 가방'이 됐다가, 다시 깨끗하게 닦여 돌아왔다"고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 1월에는 아이돌 그룹 키키의 두 번째 미니앨범 '델룰루 팩' 콘셉트 포토에서 멤버 키야가 연두색 젤리 퍼킨백을 든 모습이 공개되면서 10∼20대 사이에서 "키키가 든 가방"으로 입소문을 탔다. 


캡처_2026_05_16_13_46_03_283.jpg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키키백', '최화정백' 등의 별칭으로도 불린다.


고등학생 한모(18) 양은 "평소 키키 팬이고 최애 멤버가 키야인데 연두색 젤리백을 들고나온 게 너무 잘 어울렸다. 비슷한 디자인과 색으로 2만원대 제품을 구매했다"면서도 "버킨백은 이름만 알지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원조 퍼킨백을 찾는 소비자들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 플랫폼이나 해외 빈티지 셀렉숍에서 '젤리 퍼킨', '젤리백', '키키백' 등의 키워드로 검색한다. 


하지만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 정식 판매처에서는 구할 수 없고, 중고·빈티지 플랫폼에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매물도 인기 색상은 웃돈이 붙거나 금세 품절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신제품이나 공동구매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캡처_2026_05_16_13_46_05_383.jpg


지난주 젤리 퍼킨백을 구매했다는 직장인 정모(30) 씨는 "평소 힙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요즘 유행 중이라길래 3만원 정도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떠올리게 해서 호불호가 있겠지만 소재가 달라 짝퉁 느낌은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말랑하고 투명한 소재로 버킨백 디자인을 구현한 그 부조화가 트렌디하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퍼킨백 열풍을 '듀프(Dupe)' 문화로 분석하고 있다. '복제하다(Duplicate)'의 줄임말인 듀프는 고가 브랜드 제품과 기능이나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대체품을 의미한다. 


브랜드 로고까지 똑같이 베끼는 '짝퉁'과 달리, 듀프는 디자인적 요소만 차용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앞서 2024년 미국 월마트에서는 1000만 원이 넘는 에르메스 버킨백 디자인을 차용한 '워킨(Wirkin·월마트+버킨백)백'을 78달러(약 12만원)에 판매해 큰 화제를 모았다. 


2020년 국내에서는 에르메스 디자인에 커다란 눈 장식을 붙여 판매한 이른바 '눈알 가방' 업체들이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상표권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판결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