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5일(금)

4조→1.4조도 못 넘겼다...금융위가 되돌린 홍콩ELS 과징금 셈법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금융위원회 최종 문턱에서 다시 멈췄다. 금융감독원이 한때 4조원 수준으로 산정했던 과징금은 은행권 사전통보 때 2조원대로 낮아졌고, 지난 2월 제재심에서 5개 은행 총 1조4천억원 안팎까지 줄었다. 금융위는 이 안건도 그대로 의결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금융위는 제9차 회의에서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한 뒤 금감원에 보완을 요청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사유는 조치안의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다. 조치안이 보완되는 대로 신속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처분을 내리겠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을 과징금 감경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공식 문구도 '보완 요청'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제재 대상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1조4천억원이라는 숫자를 더 이상 확정선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금감원이 제재심을 거쳐 넘긴 과징금 산정 논리도 다시 금융위 검토대에 올라갔다.


2026-05-15 10 49 05.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이번 사안이 까다로운 이유는 금융위가 금소법상 과징금 산정 기준을 이미 한 차례 정비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금소법상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을 마련하면서 '수입등'을 원칙적으로 '거래금액'으로 산정한다고 정했다. 투자성 상품의 경우 '투자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이 기준이다. 홍콩 ELS는 이 기준이 적용되는 첫 조 단위 불완전판매 제재 사례다.


그 기준을 적용하면 판매 규모가 과징금의 출발점이 된다. 금융회사들은 홍콩 ELS 판매 과정에서 실제로 얻은 수익보다 과징금 산정의 기준금액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은행권은 이미 자율배상과 충당금 반영이 이뤄진 만큼 과징금 산정에 이를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금융위가 만든 세부기준에는 사후수습 노력도 반영돼 있다.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배상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경우 기본과징금의 50% 또는 배상금액 이내에서 과징금을 감액할 수 있다. 여러 감경 사유가 동시에 적용되더라도 감경 한도는 기본과징금의 최대 75%로 제한된다. 홍콩 ELS 제재의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에서 자율배상 감경 범위로 옮겨가고 있다.


은행권은 조 단위 과징금이 확정되면 자본비율 관리와 주주환원, 기업금융 여력에 부담이 생긴다는 주장을 해왔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1조원대 과징금까지 확정하면 정책 메시지가 엇갈릴 수 있다는 논리도 나온다.


과징금 감경 폭이 커질수록 금융소비자 보호 논란은 커질 수 있다. 홍콩 ELS 사태는 금소법 시행 이후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관행을 조 단위 제재로 다루는 첫 사례다. 자율배상 이후 과징금이 큰 폭으로 낮아지면, 판매 단계의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위반에 대한 제재 효과가 약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금감원은 과징금 산정 근거를 다시 보강해야 한다. 추가 현장검사보다는 기존 검사 결과를 토대로 사실관계와 법령 적용 근거를 정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보완 과정에서 조치 내용이 달라지면 제재심 절차를 다시 밟을 가능성도 변수로 남는다.


금융위도 선택지가 좁다. 금감원 안을 그대로 의결할 경우 향후 행정소송에서 법리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반대로 과징금을 크게 낮추면 금융회사 봐주기 논란이 따라붙는다. 지난해 11월 세부기준을 통해 '거래금액' 원칙과 감경 기준을 함께 만든 금융위가 첫 대형 사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가 남았다.


최종 처분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감원 보완안이 다시 금융위에 올라오면 1조4천억원 제재안의 유지 여부와 함께 은행·증권사별 책임 구분, 자율배상 감경 범위, 판매금액 기준 적용 방식이 다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