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5일(금)

이재명 '생산금융'에 80조 낸 임종룡...우리금융, 美 SEC엔 "원래라면 지원 안 할 부문"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 운영 기조에 따라, 우리금융그룹이 2030년까지 8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생산·포용금융 계획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는 손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인으로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 7조원 포용금융 5개년 계획은 "원래라면 그러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을 부문(sectors to which we would not otherwise provide such support)"의 예시로 위험 문구 안에 괄호로 직접 묶였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이자 장사 탈피의 선구적 역할을 하겠다"며 발표한 80조원 규모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 포함된 계획이다.


우리금융이 지난달 22일 SEC에 제출한 2025 사업연도 연차보고서(Form 20-F) 위험 요인 항목 원문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제공=우리금융그룹사진제공=우리금융그룹


"최근 한국 정부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productive finance)'을 촉진하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은행들이 전략적·생산적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가계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이 회사 전략과 일치할 때도 있지만, 원래라면 그러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을 부문(자사가 최근 발표한 5년간 최대 7조원의 포용금융 투자 계획 등)에 금융지원을 제공하게 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의도치 않은 비용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단락에 2025년 12월 출범한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와 여기에 우리은행이 출자할 10조원도 적혔다. 우리금융이 자사 사업 계획을 '원래라면 지원하지 않을 부문'의 사례로 위험 문구에 직접 명기한 부분은 이 단락이 유일하다.


KB금융과 신한금융도 같은 SEC 보고 시즌에 정부 정책 관련 위험 문구를 넣었다. 다만 두 회사는 포용금융·정부 주도 금융지원이 연체율 상승이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반론을 적었고, 자사 프로젝트를 본문에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반면 우리금융은 임 회장이 발표한 80조원 프로젝트 가운데 7조원 포용금융 계획을 "원래라면 그러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을 부문"의 예시로 괄호 안에 직접 넣었다.


한국에서 우리금융이 사용한 표현은 다르다. 임 회장은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5년간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 합계 80조원. 73조원 가운데 10조원은 이재명 정부의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한다. 민간 몫 75조원의 13.3%로, 출자 규모를 구체화한 첫 금융사 사례다. 임 회장은 그 자리에서 "부동산 중심 이자 장사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금융 물꼬를 트는 일에 우리금융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국내 사업보고서의 표현은 한 단계 더 부드럽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3월 13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5 사업연도 사업보고서 본문에서 "80조"라는 숫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라는 단어도 본문 794쪽 전체에서 단 한 차례, 자회사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 현황 서술에만 들어갔다. 그룹 본체의 사업 전망 서술은 이렇다.



"기업금융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주도할 계획", "금융당국의 생산적·포용 금융 추진 정책에 대응하여 국민성장펀드 참여, 모험자본 투자 등 적정 수준의 자산성장을 시현할 예정", "정부 정책에 기반하여 성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을 본격 추진"


origin_임종룡생산적금융73조원포용금융7조원지원계획발표.jpg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뉴스1


한국 사업보고서에는 SEC 보고서처럼 생산·포용금융을 투자자 대상 위험 요인으로 별도 풀어 적은 항목은 없다. 위험 관련 서술은 "재무에 관한 사항—위험관리" 항목에 들어가지만 시장위험·신용위험·유동성위험 등 재무적 위험에 한정된다. 사업보고서 본문 어디에도 생산·포용금융과 관련한 비용·손실 가능성, 순이자마진(NIM, Net Insterest Margins) 압박, 연체율 상승 가능성,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은 적히지 않았다. SEC 보고서에는 이 항목들이 모두 들어갔다.


1년 전 우리금융의 SEC 보고서에는 정책명도, 자사 계획도, 구체 금액도 없었다. 2024 사업연도 Form 20-F(2025년 4월 28일 제출)의 위험 요인 본문에는 일반론만 있었다. "정부 정책이 우리로 하여금 정상적으로는 대출하지 않았을 부문이나 방식으로 대출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도였다.


올해 보고서에 신설된 부분은 네 가지다. '생산적 금융(productive finance)' 정책명 직접 거명,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와 우리은행 10조원 출자 계획 명기, 자사 7조원 포용금융 5개년 계획을 위험 문구 예시로 본문에 직접 묶은 부분, 그리고 은행 순이자마진 압박과의 명시적 결부다.


같은 사업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이 강조한 성과는 자본비율과 주주환원이다. 2025년 말 그룹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89%(잠정)로 전년 말 12.13% 대비 76bp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3조1240억원, 총주주환원율은 36.8%, 주당 배당금은 1360원, 자사주 소각 규모는 15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6% 줄어든 3조6750억원이다. 80조원 프로젝트가 자본비율과 NIM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별도 서술은 사업보고서 본문에 없다.


임 회장은 지난해 9월 29일 80조원 규모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올해 1월 16일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는 "퍼스트무버에 머무르지 않고 실행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3월 13일 금감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했고, 4월 17일 임 회장이 주재한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SEC Form 20-F는 닷새 뒤인 4월 22일 제출됐다.


국내 발표와 사업보고서에는 "선도", "주도", "본격 추진"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SEC 보고서에는 같은 정책 흐름을 두고 "원래라면 지원하지 않을 부문", "의도치 않은 비용 또는 손실", "순이자마진 압박", "연체율 상승 가능성",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함께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