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글로벌 메가 히트작 '불닭볶음면'의 상징과도 같은 마스코트 캐릭터 교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2014년부터 약 12년간 패키지 전면을 지켜온 암탉 캐릭터 '호치(HOCHI)' 대신 신규 캐릭터 '페포(PEPPO)'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Instagram 'buldak_global'
이번 캐릭터 교체 논의의 가장 큰 배경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미투(Me-too) 제품' 문제가 있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가 치솟으면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에서는 호치의 외형을 교묘하게 베낀 짝퉁 제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 삼양식품은 캐릭터 자체를 교체함으로써 모방 제품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다시금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종합식품기업'을 넘어 '콘텐츠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비전도 이번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신규 캐릭터 '페포' / 사진 제공 = 삼양식품
현재 호치의 캐릭터 라이선스는 식품과 비식품 분야로 파편화되어 있어, 굿즈나 콘텐츠 제작 등 전방위적인 IP(지식재산권) 사업을 전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자회사 삼양애니가 직접 제작한 '페포'는 기획 단계부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IP로 설계됐다.
2024년 특허청에 페포의 캐릭터 상표를 출원했고, 유튜브 채널까지 열었다. 페포의 글로벌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이미 106만 명을 돌파했다.
페포 공식 유튜브 채널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캐릭터 변경을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12년 동안 쌓아온 호치의 브랜드 자산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칫 패키지 변경이 소비자들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삼양식품은 완벽한 단절보다는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영리한 접근법을 택했다. '호치가 고추를 먹고 낳은 빨간 달걀에서 태어난 캐릭터 페포'라는 서사를 부여해 기존 팬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미주 시장을 타깃으로 한 '스와이시(Swicy, Sweet & Spicy) 불닭볶음면'에는 페포 캐릭터가 단독 적용됐으며, 글로벌 캠페인 영상에서도 페포가 메인으로 등장하며 세대교체를 위한 물꼬를 트고 있다.
미주 시장을 타깃으로 출시한 '스와이시 불닭볶음면'에는 페포와 호치가 함께 등장한다. / 사진 제공 = 삼양식품
이와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캐릭터 교체를 논의 중이지만 적용 방식과 적용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2년 만에 찾아온 불닭의 변화가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나아가는 삼양의 '신의 한 수'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