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넘겼지만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반대로 미래에셋증권도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주요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립'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 이익 경쟁의 상단에 있는 두 회사가 실적 신기록은 번갈아 쓰면서도 서로의 밸류에이션에는 매수 의견을 내지 않는 구도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13일)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2일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19억원을 공시한 직후 나온 보고서다.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88.0% 늘었다. 증권사가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실적 자체를 낮게 보지는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지배순이익은 9962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 추정치를 32% 웃돌았다. 주요 투자자산 공정가치평가 손익은 804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예상한 6000억원대 후반을 넘어섰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브로커리지와 WM, 운용 부문도 전 분기보다 커졌다. 별도 기준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459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8% 증가했다. WM 수수료는 1125억원으로 17% 늘었다. 별도 운용손익은 405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3% 증가했다. 시딩을 포함한 자기자본투자(PI), 차익거래 등이 영향을 줬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실적과 주가를 분리했다. 백 연구원은 "상장과 비상장 기업을 아우르는 혁신기업 대상 투자가 다변화되고 있고, 관련 수익이 견조히 발생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2026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78배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는 분기 순이익 1조원 기록 직후 경쟁사로부터 '매수' 의견을 받지 못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산 평가이익과 브로커리지·WM 수익 확대를 인정하면서도, 현재 주가에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봤다. 실적 서프라이즈보다 PBR 2.78배라는 가격표를 더 크게 본 것이다.
반대 방향의 구도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반기 순이익 1조원을 넘겼다. 4월 이후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은 대부분 매수 의견을 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금융지주 목표주가를 25만3천원으로 올렸지만 투자의견은 바꾸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의 분기 1조원 실적에도 '중립'을 유지한 것처럼, 미래에셋증권도 한국투자증권의 반기 1조원 기록 이후 한국금융지주에 '매수' 의견을 내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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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최근 증권업 순위 경쟁의 가장 앞쪽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 1조원 기록을 먼저 썼고, 미래에셋증권은 분기 순이익 1조원 기록을 먼저 세웠다. 실적 기준으로는 서로 증권업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리서치 의견에서는 상대 회사의 주가 눈높이에 보수적인 판단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이날 SK증권, iM증권, LS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분기 순이익 1조원 기록에도 증권가에서는 투자자산 평가이익의 지속성, 투자 회수 주기, 현재 PBR 수준을 함께 따져보는 분위기다.
백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투자자산 포트폴리오 및 투자 회수 주기의 다변화를 통해 트레이딩 부문 수익에 부여할 수 있는 적정 멀티플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콩과 미국 등에서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 토큰증권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투자 플랫폼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전개해야 WM 비즈니스에 부여할 멀티플도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37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7% 늘었다. 증권사 첫 분기 순이익 1조원 기록에도 증권가의 투자의견은 '매수'와 '중립'으로 갈렸다. 투자자산 평가이익의 지속성, 투자 회수 주기, 현재 PBR 수준이 리포트마다 다른 판단 기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