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역대급 초과 세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재정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지난 8일 밤 김 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스피 7500, 그리고 1만의 문턱 앞에서'라는 글을 올려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 진짜 중요한 대목은 재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한 반도체 전문가로부터 내년 양대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70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전달받았음을 공개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 뉴스1
그는 "물론 이 숫자는 극단적인 낙관 시나리오에 가깝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숫자의 정확성이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메모리 중심의 특수가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장과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와 고소득 인력의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연쇄 효과 등을 거론하며 "역대급 초과세수가 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책 시스템이 이러한 산업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김 실장은 "정책 시스템은 이 현실을 얼마나 빠르게 반영할 수 있을까. 올해 하반기에 나올 수정 경제전망이 첫 번째 분기점"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6~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주요 거시 지표와 세수 전망을 수정하는 만큼, 내년도 '울트라' 예산안 편성을 위한 기초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 뉴스1
현행 재정 체계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 실장은 "세입과 예산이 실제 산업 사이클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구조"라며 "호황 다음엔 세수 부족이, 불황 다음엔 초과 세수가 나타나는 역설이 여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명목 이익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사이의 괴리도 언급됐다. 그는 "반도체처럼 품질 개선 속도가 가격 변화를 압도하는 산업에서는 기존 통계 체계가 현실 변화를 너무 느리게 반영한다"며 "명목 기준에서는 역사적 규모의 영업이익이 나타나는데 실질 GDP는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괴리가 생기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번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보다 훨씬 크고 구조적인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반도체 중심의 구조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