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톡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전환을 앞세운 시점에 김범수 창업자의 항소심과 본사 노조의 쟁의 가능성을 동시에 맞게 됐다. 1심 무죄 선고를 받았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재판은 다음 달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고,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다. 회사는 실적 발표에서 기존 사업의 구조적 성장 흐름을 바탕으로 카카오톡을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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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1조1827억원이었다. 카카오톡 광고와 비즈니스 메시지가 실적을 밀었다. 카카오는 5천만명 안팎의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에 AI 에이전트를 붙여 탐색, 상담, 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카카오에는 AI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과 조직 비용 통제가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이 가운데 창업자 항소심 일정이 다시 잡혔고, 노조는 회복된 이익의 배분 기준을 성과급 교섭 테이블에 올렸다.
지난 8일 서울고법 형사4-1부는 김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재판 일정을 정했다. 첫 공판기일은 6월 24일 오후 3시 30분으로 잡혔다. 7월 22일, 8월 26일, 9월 23일, 10월 21일에도 기일이 예정됐다.
앞서 검찰은 김 창업자가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형성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은 지난해 10월 김 창업자와 카카오 측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 뉴스1
항소심에서는 당시 SM엔터 주식 매수 의사결정 과정과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관계가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창업자는 현재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공식 대표는 아니지만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신사업 방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카카오가 AI 전환을 전면에 내세운 시점에 창업자 재판 일정도 다시 열리게 됐다.
노사 갈등도 조정 단계로 넘어갔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등 4개 법인 노조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보도에서는 요구 수준이 13~15%로 제시됐다. 카카오의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직원 1명당 성과급은 1500만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쟁점은 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연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을지, 별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을지에 따라 지급 규모와 부담 주체가 달라진다. 연결 실적에는 모빌리티, 페이, 엔터테인먼트 등 자회사 실적이 함께 잡힌다. 본사 직원 성과급을 연결 영업이익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자회사 기여분을 어디까지 반영할지도 문제로 남는다.
조정이 결렬된다고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조정 불성립 이후 노조 내부 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을 거쳐야 한다. 다만 본사 노조의 쟁의권 확보 절차는 카카오가 처음 맞는 노무 변수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분회 부분 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본사 인력이 교섭 전면에 서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겸 카카오그룹 CA협의체 의장 /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는 계열사 정리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의 연결 자회사 수는 현재 93개 수준까지 줄었다. 카카오게임즈 연결 제외 절차가 마무리되면 계열사 수는 87개 수준으로 낮아진다.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포털 다음 운영 법인, 카카오게임즈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AI와 카카오톡 중심으로 그룹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2026년 임금교섭과 관련해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세부적인 보상 구조 설계에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며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첫 공판은 6월 24일 열린다. 노사 조정 절차는 그보다 앞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