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서 최대주주 한국산업은행의 매각 시간표와 영업·금융 기능의 서울 잔류 문제가 함께 떠올랐다.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에 대한 BIS 위험가중치 면제는 2028년 6월 30일 종료된다. 본점은 부산으로 옮기고 수익·자금조달 기능은 서울에 남는 구도가 될 경우, 이중 거점 운영비와 핵심 인력 유지 비용은 향후 매각 실사와 매각가 협상에서 별도 점검 항목이 될 수 있다.
지난 8일 HMM은 임시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정관 제3조의 본점 소재지 표기는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바뀌었다. 이날 출석 주식 수는 7억9240만9534주로 발행주식 총수 9억4323만7970주의 84.01%였다. 반대표는 9만4630주에 그쳤다. 정관 변경은 임시주총 승인과 함께 발효됐다.
가결 자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항이다. HMM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 2대 주주는 한국해양진흥공사다. 임시주총 의결권 기준일 현재 산은 지분은 35.42%,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은 35.08%다. 정부 측 지분만 70%를 넘는 구조에서 안건 통과 가능성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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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은 임시주총에서 "국내 최대 국적 선사로서 정부의 해양 비전과 정책 방향에 공감하고 국가 균형 발전, 지방 분권 강화 등 사회적 대의에 동참하기 위해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부산광역시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의 HMM 지분 보유 부담은 별도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2025년 6월 30일 산업은행에 HMM 지분 위험가중치 적용과 관련한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산은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하는 HMM 지분 가치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 적용을 2028년 6월 30일까지 3년간 면제하는 내용이다.
면제는 매각 무기한 유예가 아니다. 2028년 6월 말 일몰이 다가올수록 산은의 HMM 지분 보유 부담은 다시 BIS 비율 문제로 돌아온다. 금융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당시 산은이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지분 매각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강석훈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비조치의견서 발급 전부터 HMM 지분 보유 부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강 전 회장은 2025년 4월 특파원 간담회에서 "HMM 지분율이 15%를 넘어가면서 위험가중치가 매겨져 HMM 주가가 2만5000원을 넘어가면 현재 13% 후반인 BIS 비율이 위험해진다"며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 주가와 산은 건전성 지표가 맞물려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산은의 HMM 지분은 비조치의견서 발급 시점 기준 36.02%, 3억6919만주였다. 이번 임시주총 의결권 기준일에는 35.42%로 집계됐다. 두 시점 사이 산은의 HMM 지분 매각은 없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까지 합치면 정부 측 지분은 여전히 70%를 넘는다. 산은은 그동안 HMM 매각을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적격 인수 후보 부재와 가격 눈높이 차이로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본점 이전은 매각 실사 항목에 들어간다. 거버넌스 운영 방식, 핵심 인력 유지율, 이중 거점 운영비, 세무 처리, 임직원 이전 보상, 서울 거점 유지 비용 등이 본점 위치와 연동된다.
영업·금융 기능의 서울 잔류 가능성은 실사에서 별도 점검 항목이 된다. 최 대표는 지난달 30일 노사 합의 서명식에서 "영업과 금융 부문 직원은 본사가 부산으로 옮기더라도 지점 형태로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위원장도 서울 본사 인력 상당수의 잔류를 본점 이전 논의의 전제로 제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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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특성상 영업과 금융 기능은 화주, 금융기관, 투자자, 관계기관과의 접점이 크다. 이 부문이 서울에 남으면 정관상 본점은 부산, 수익과 자금 조달 기능은 서울로 분리된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두 거점 운영비와 조직 효율성이 가격 협상 변수가 된다.
HMM은 본점 이전 결정 과정에서 산은의 BIS 위험가중치 면제 일몰 시점을 검토 변수로 반영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본점 위치 변경이 향후 매각가, 인수자 실사, 핵심 인력 유지 비용에 미칠 영향을 자체 분석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산은 역시 본점 부산 이전 가결 이후 HMM 매각 일정과 관련한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옥 문제도 확정 단계는 아니다. 회사는 이달 안에 이전 등기를 마무리하고, 대표이사 집무실을 우선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집무실 이전 시점과 이전 인력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부산 북항 일대 신사옥 건립 방안도 거론되지만 부지, 사업비, 착공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원 예산도 정해지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전기업 지원협의체를 꾸렸지만 지원 항목과 예산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조영태 부산시 해양농수산국장은 "예산 집행은 내년에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HMM은 서울 거점 유지 비용, 부산 임시 사무공간 확보 비용, 임직원 이전·정착 지원 비용, 신사옥 건립 관련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HMM의 본점 이전 등기는 이달 안에 마무리된다. 산은의 BIS 면제 일몰까지는 약 25개월이 남았다. 부산 이전 인력 규모, 서울 잔류 부서 범위, 이중 거점 운영비, 임직원 보상 기준은 그 안에 정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