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차은우의 200억원대 탈세 의혹을 정조준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하나금융 본사에 투입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전날 서울 중구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본사에 조사 인력을 보내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 성격으로 알려졌다.
서울청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보다 강도 높은 비정기 조사를 맡는 조직으로 통한다. 기업들 사이에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지난해에는 차은우의 200억원대 탈세 의혹과 관련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바 있다. 차은우는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130억원 가량의 세금을 납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이처럼 고액 탈루 의혹 사건에 투입됐던 조사4국이 이번에는 하나금융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세무조사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은 2022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4년 만에 다시 세무조사가 이뤄진 만큼 정기 순번에 따른 조사라기보다 별도 혐의나 정황에 따른 조사로 보는 시각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 관련 세무조사 착수 여부와 구체적인 조사 사유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 시점도 민감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금융기관의 공적 역할을 잇따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그것이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은 금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국가 질서의 일부라는 취지였다.
김 실장도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금융은 완전한 자유시장이 아니다"라며 "국가의 면허를 받고, 공적 자금의 지원 아래 작동하는 제도적 산물"이라고 밝혔다. 또 은행을 두고 "국가의 면허 위에서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을 등에 업고 위기 때면 구제금융의 보호를 받는 준공공기관"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욕 많이 먹고 있다"는 김 실장에게 "욕먹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준공공기관이라고 하니 누가 그렇게 욕을 하느냐"고 묻고는 "실장님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그냥 뜻대로 하라"고 말했다.
정부의 금융권 압박 기류 속에서 하나금융 세무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이번 조사가 대통령실의 금융 구조 개혁 구상과 직접 연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은행의 공공성, 이익 구조,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시점에 조사4국이 하나금융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금융권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조사 결과에 따라 세금 추징 문제를 넘어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사4국이 투입된 사건은 단순 회계 오류보다 탈루 정황, 특수관계 거래, 내부 자금 흐름 등을 폭넓게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 세무조사의 범위와 추징 여부, 향후 금융당국 검사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함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