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이 적용한 횡령·배임액은 207억7940만원이었다.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로 남은 금액은 약 20억원이었다. 131억원 규모 타이어 몰드 고가 매입 의혹과 50억원 계열사 자금 대여 혐의는 무죄로 정리됐지만, 법인카드와 회사 차량, 배우자 수행 운전기사 급여 등 회삿돈을 사적으로 쓴 혐의는 실형 판단으로 이어졌다.
지난 8일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이 2023년 조 회장을 구속 기소한 지 3년 1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모두 207억7940만원 상당의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고 봤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9개 공소사실 가운데 핵심 혐의 2개를 포함한 일부는 무죄로 빠졌고, 유죄 인정액은 약 20억원으로 줄었다. 1심은 8개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단했지만, 2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 뉴스1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 50억원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에 빌려준 혐의는 2심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검찰은 조 회장이 MKT 자금을 사적 목적으로 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은 업무상 배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이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타이어 몰드 고가 매입 의혹도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MKT에 유리한 가격표를 적용해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였고, 한국타이어에 131억원 상당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1심과 2심은 이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실형을 확정한 혐의는 회삿돈의 사적 사용에 몰렸다. 법원은 조 회장이 이사 비용과 가구 구입비를 회사 자금으로 지급하고, 배우자 수행 운전기사 급여를 회사가 부담하게 했으며, 회사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유죄로 봤다. 업무 대행 여행사 일원화와 관련한 청탁 혐의도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계열사 법인카드 사용액도 유죄 판단에 포함됐다. 조 회장 본인이나 친분 있는 제3자가 개인적 용도로 쓴 법인카드 대금 약 5억8000만원을 회삿돈으로 대납한 혐의다. 지인에게 사업상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해당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조 회장이 정한 인물들에게 아파트를 무상 제공했다는 혐의도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됐다.
추가 기소된 우암건설 공사 발주 건도 유죄로 남았다. 검찰은 조 회장이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이른바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것으로 봤다. 1심과 2심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
조 회장은 2023년 5월 9일 구속돼 수사를 받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1월 28일 보증금 5억원 등을 조건으로 보석이 인용돼 석방됐지만, 지난해 5월 29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되며 법정 구속됐다. 2심은 징역 2년으로 형량을 낮췄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조 회장이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 대표를 맡던 2019년 11월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사건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의 유죄 인정액은 검찰 주장액보다 크게 줄었지만, 법인카드·차량·배우자 운전기사·이사비용 등 총수 개인 생활비 성격의 항목은 대법원에서도 실형 근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