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후계 구도가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11월 지주사 미래기획그룹장으로 선임되며 그룹의 전략적 키를 잡은 이선호 그룹장이 있다.
2025년 9월 CJ제일제당에서 지주사로 복귀한 이후, 중장기 비전 수립과 신성장 동력 발굴, 디지털 전환(DT)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에 오른 그를 두고 재계에서는 "4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비비고' 성공 DNA, 글로벌 영토 확장으로 증명
이선호 그룹장의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상징적 지표는 글로벌 식품 사업의 전방위적 확대다. 2013년 입사 이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비비고' 브랜드의 현지화와 유통망 확장을 진두지휘하며 해외 매출 성장을 견인해 왔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 CJ그룹
특히 2021년 체결된 NBA LA 레이커스와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5년간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비비고를 글로벌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결정적 발판이 됐다. 해당 계약이 2025-26 시즌 종료와 함께 만료를 앞두고 있어, 현재 CJ제일제당의 재입찰 여부나 새로운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일제당과 올리브영의 결합... 'K-라이프스타일' 설계
2026년 3월 26일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그룹 핵심 경영진과 함께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에 방문해 매장을 살펴 보고 있다. / CJ그룹
최근 이 그룹장의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그룹 내 유통 핵심인 CJ올리브영과의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다. 그는 올리브영의 K-뷰티 플랫폼 역량과 CJ제일제당의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결합해, 먹거리(식품)와 즐길거리(뷰티·문화)를 하나의 패키지로 전파하는 'K-라이프스타일' 전략을 전면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행보는 지난 3월 26일 이재현 회장의 현장 경영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 회장이 서울 명동의 새 플래그십 매장인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을 직접 방문했을 당시, 이선호 그룹장은 핵심 경영진과 함께 동행하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겼다. 업계는 이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올리브영의 현장 점검에 아들을 동행시킨 것을 두고, 이 그룹장의 'K-라이프스타일' 확장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의 보폭을 넓히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4월 20일 CJ인재원에서 열린 ‘CJ그룹 계열사 O/I 협의체’ 첫 밋업 현장. / CJ그룹
실제로 이 그룹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계열사 오픈이노베이션 협의체 밋업'을 주재하며 계열사 간 '연결'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동안 각 계열사가 필요에 따라 '각개전투'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만났다면, 이제는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식품, 물류, 커머스를 관통하는 통합 라이프스타일 접점 구축을 강력히 주문했다.
'온리원' 정신 계승... 승계 명분 굳히기
재계는 이 그룹장이 오너가라는 배경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승계 명분을 쌓아온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이재현 회장의 '온리원(OnlyOne)'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푸드테크 투자와 AI 기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조직 문화에 변화를 이끌고 있다.
미래기획그룹은 기존 미래기획실과 디지털전환 추진실을 통합한 조직으로, 그룹 전체의 중장기 비전을 설계하는 '브레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CJ THE CENTER 전경 / CJ그룹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선호 그룹장이 보여준 글로벌 수행 능력과 시너지 설계 역량은 향후 바이오, 물류, 뷰티 등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래기획그룹을 발판 삼아 CJ의 글로벌 제2 도약을 이끌어낼 이 그룹장의 다음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