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 원을 가장 먼저 넘어섰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와 부산 광안5구역 재개발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불과 4개월 만에 연간 목표액 8조 원의 절반을 이미 채웠다. 다만 다음 달부터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조 단위 핵심 사업지의 시공사 선정이 본격화하면서 대형 건설사 간 순위 경쟁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25일 총공사비 2조1540억원 규모의 성수1지구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루 뒤인 26일에는 총공사비 9709억원 규모의 부산 광안5구역 재개발 시공권도 확보했다. 주말 이틀 동안 3조 원 넘는 물량을 추가하면서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4조259억원으로 늘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1지구를 재개발하는 '리베니크 자이' 투시도 / 사진제공=GS건설
성수1지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69층, 17개 동, 3014가구 규모의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GS건설은 단지명으로 "리베니크 자이"를 제안하고, 한강 조망과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앞세워 조합 표심을 잡았다.
GS건설은 올해 초 송파한양2차 재건축과 개포우성6차 재건축을 수주한 데 이어 성수1지구와 광안5구역까지 더하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다음 달 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도 공사비 6796억원 규모다. GS건설은 이 사업장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어 수주 확정 시 가장 먼저 '5조 클럽'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용인 수지4차삼성아파트 재건축, 경기 군포 금정4구역 재개발도 GS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사업장이다. 여기에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 절차가 진행된 성남 상대원2구역도 변수다. 다만 상대원2구역은 시공사 교체 절차와 법적 대응 가능성이 맞물려 있어 단순 수주 예정 물량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른 건설사들도 빠르게 수주 목표액을 채우고 있다. 대우건설은 1분기에만 5개 사업장에서 2조2525억원의 수주고를 쌓았다. GS건설이 성수1지구와 광안5구역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누적 수주액 기준 선두였다. 신대방역세권 재개발과 천호A1-1 공공재개발사업 등 추가 사업지도 남아 있다. 롯데건설 역시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 등 3개 사업장에서 1조5천억원 안팎의 수주 실적을 확보하며 상위권 경쟁에 들어왔다.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투시도 / 사진제공=현대건설
아크로 압구정 투시도 / 사진제공=DL이앤씨
가장 큰 변수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의 확정 수주액은 아직 1조 원대에 머물지만, 단일 공사비만 5조5610억 원에 달하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다. 최종 시공사 선정이 조합원 총회에서 확정되면 현대건설의 누적 수주액은 단숨에 6조 원대 중반으로 올라선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1조4960억 원 규모의 압구정5구역에서도 DL이앤씨와 경쟁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확정 수주액만 놓고 보면 아직 크지 않지만, 잠재 물량은 만만치 않다. 압구정4구역과 개포우성4차 재건축에 단독 입찰했고, 반포푸르지오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성수3지구 역시 삼성물산의 단독 입찰 가능성이 거론되는 사업장이다. 단독 입찰로 두 차례 유찰된 사업장은 수의계약 절차로 넘어갈 수 있어, 삼성물산은 경쟁입찰보다 수의계약 전환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흐름에 가깝다.
올해 정비사업 시장의 특징은 더 뚜렷해졌다. 대형 건설사들은 압구정·성수·목동처럼 입지와 상징성이 큰 초대형 사업장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수주액을 늘리는 경쟁이 아니라, 향후 브랜드 가치와 강남·한강변 포트폴리오를 좌우할 사업장을 선별하는 경쟁이다.
신반포19차∙25차 통합 재건축 단지에 삼성물산이 제시한 ‘래미안일루체라’ 투시도 / 사진제공=삼성물산
그 사이 수주 양극화도 커지고 있다. DL이앤씨는 목동6단지 재건축에 단독 입찰하며 수주 가능성을 높였지만, 압구정5구역과 성수2지구, 상대원2구역 등에서는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IPARK현대산업개발도 성수2지구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아직 올해 도시정비 수주 실적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중견 건설사들은 초대형 사업장 대신 중소형 정비사업에서 실적을 쌓고 있다. 두산건설은 1조 원에 가까운 수주액을 기록했고, 호반건설은 안산 고잔연립6구역 재건축과 서울 면목역6의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확보하며 수도권 정비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동부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모아타운과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형사가 상대적으로 덜 집중하는 사업장에서 물량을 확보했다. 초대형 사업장은 대형사끼리 맞붙고, 중소형 정비사업장은 중견사가 파고드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