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전자·배터리·석유화학 주력 사업의 동반 부진 속에서 사업구조 전환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투자 집행을 상당 부분 마무리하고 자산 유동화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재무 부담을 관리하면서, 수익 구조를 바꾸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LG그룹이 투자 부담 완화와 자산 매각을 통해 순차입금 증가세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8년 이후 연평균 약 20%씩 늘어온 그룹 순차입금은 2025년 들어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는 약화된 이익창출력을 감안하면 채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전자 부문은 그룹 최대 매출 기반이지만 수익성 압박이 누적되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와 소비 위축으로 TV·가전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도 심화됐다. 미국 관세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LG전자는 B2C 중심에서 전장·냉난방공조 등 B2B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전장 사업은 이익 규모가 확대되며 전자 부문 수익성 하락을 일부 완화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종료를 앞둔 선구매 수요와 세액공제 효과로 단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를 구조적 회복보다 정책 효과에 따른 일시적 개선으로 봤다. 보조금 종료 이후 수요 위축 가능성이 남아 있고, 유럽에서는 중국 업체의 점유율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LFP 생산 확대, EV와 ESS 간 생산능력 재배치 등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 중이라고 2025년 실적 설명 자료에서 밝혔다.
석유화학은 가운데 부담이 가장 크다. 글로벌 증설과 중국 수요 둔화가 겹쳐 공급 과잉이 장기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황 반등 시점이 불투명하다. LG화학은 자산 매각과 설비 효율화를 병행하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산업 전반의 수급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이다.
디스플레이는 구조 전환이 가장 앞서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비중을 줄이고 OLED 중심 체제로 재편해 왔고, 2025년에는 OLED 사업 매출 비중이 61%까지 올라갔다. 회사는 2025년 연간 매출 25조8100억원,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광저우 생산법인 지분 처분 거래도 2025년 4월 완료됐다.
완충 역할을 하는 사업도 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반사효과로 가입자 순유입이 늘었고, 5G 관련 대규모 투자도 대부분 마무리돼 최근 2년간 6천억원의 순차입금을 줄였다. LG CNS도 최근 5년간 평균 10.3% 매출 성장과 8%대 EBIT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두 사업의 그룹 내 비중이 제한적이어서 주력 3축의 동반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자산 유동화 카드는 남아 있다. LG화학은 2025년 10월 2조원 규모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계획을 밝혔다. 매각이 이뤄지면 지분율은 79.4%로 낮아진다. 같은 해 11월에는 장기적으로 약 7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방침도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혼다 오하이오 합작공장 건물 및 관련 자산 매각은 28억6천만달러(한화 약 4조 2,554억원) 규모의 운영 효율화 목적 단건 거래로, 토지와 장비는 제외되며 합작법인 지분 변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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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신용평가는 "투자 부담 완화와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약화된 이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채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배터리와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회복 여부가 그룹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