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문턱에서 또 멈췄다. 같은 날 삼성증권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에 올랐지만, 메리츠증권은 최종 안건에서 빠졌다. 업계에서는 이화전기 BW 관련 검찰 수사를 변수로 거론하고 있고, 최근 전산 장애까지 이어지면서 메리츠증권이 고객 돈을 받는 사업에 나설 준비를 끝낸 것인지 시장의 시선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발행어음 시장은 이미 7개 증권사 체제로 커졌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지난해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인가를 받았다. 삼성증권이 오는 15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과하면 8번째 사업자가 된다. 함께 달리던 메리츠증권은 안건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번 안건 제외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받고 있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거래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변수로 거론한다. 금융위가 2019년 발표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에는 금융위·금감원·검찰·공정위·국세청 등의 조사·검사가 진행 중이고 그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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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금융당국 요청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면서 인가가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증선위 안건 제외 이후에는 속도 문제가 아니라 '배경' 설명이 먼저라는 분위기가 퍼졌다. 삼성증권은 심의 절차를 밟고 있는데 메리츠증권만 중단돼서다.
전산 이슈도 겹쳤다. 메리츠증권 HTS와 MTS에서는 9일 장 마감 후 약 30분간 로그인 장애와 거래 지연이 발생했다. 앞선 1일에도 프리마켓에서 약 5분간 거래가 지연됐다. 지난해 12월에는 MTS 앱 푸시 알림 오류로 일부 고객에게 다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주문·체결 정보가 전달되는 사고도 있었다.
당시 노출된 정보에는 실명과 체결 종목, 시간, 수량, 매수가 등이 포함됐고, 회사는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한 푸시 알림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우려의 시선은 걷히지 않았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기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금융업이다.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 증권업계에서는 기업금융 확대의 핵심 라이선스로 꼽힌다.
그만큼 인가 심사에서는 재무요건뿐 아니라 비재무 리스크도 함께 거론돼 왔다. 삼성증권 역시 재무 문제가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 유령주식 사태, 내부통제 이슈 등 비재무 변수로 발행어음 진입이 지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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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으로서는 안건 제외 사유가 당국에서 공식 확인된 바 없고, 최근 전산 장애도 모두 조치가 끝난 사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화전기 BW 관련 수사가 인가 일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최근 전산 사고 이후 내부 통제와 시스템 보완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고객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사업에 나설 준비가 끝났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이번 증선위 안건 제외로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시계는 다시 늦춰졌다. 삼성증권이 15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과할 경우 발행어음 시장은 8개사 체제로 재편된다. 그 사이 메리츠증권은 BW 수사와 전산 안정성 문제를 안은 채 다음 심사 일정을 기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