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지 단 열흘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단 기간 처리 기록을 세웠다.
소득 하위 70% 국민 3256만 명에게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대중교통비 할인 혜택도 확대된다.
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정부)이 가결되고 있다. 2026.4.10 / 뉴스1
지난 10일 밤,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석 244명 중 찬성 214명, 반대 11명, 기권 19명으로 추경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번 추경안의 핵심은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업이다. 4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이 사업을 통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3256만 명이 지역화폐 형태로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급 금액은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정부는 이달 중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가구를 대상으로 1차 지원금을 먼저 지급한다. 이후 관계부처 태스크포스를 통해 소득 하위 70% 전체 대상자에게도 조속히 지급할 계획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지원을 위한 예산 4조2000억원도 정부안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된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위한 혜택도 대폭 확대됐다. K-패스를 한시적으로 50% 할인하기 위한 예산이 정부안보다 1027억원 증액됐다.
대중교통 정기 이용 시 일부 환급하는 '기본형'의 환급률과 환급 방식이 조정되고, 기준 금액 이상 지출액을 돌려주는 '정액형' 혜택도 새로 포함됐다. 정액형의 경우 이달 대중교통 이용분부터 소급 적용해 다음 달 중 환급이 추진된다.
이로써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원자재 수급 지원을 위한 예산도 늘어났다.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 지원 등을 위해 정부안보다 2000억원이 증액됐다.
농기계 유가 연동 보조금, 농림·어업인 유가 연동 보조금, 연안 여객선 유류비 부담 완화 지원 등도 정부안보다 2000억원 늘렸다.
무기질 비료 구매 지원을 위해서는 73억원이 추가로 배정됐다. 이는 농업인들의 영농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반면 일부 예산은 긴급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에 따라 감액됐다. 내일배움카드 일반 사업 1018억원, 중소기업모태조합 출자 예산 1100억원, K-콘텐츠 펀드 출자 예산 250억원 등이 대폭 삭감됐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출연금 예산도 각각 500억원, 400억원 줄어들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당초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지방선거용 매표 예산'이라며 삭감을 주장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정부안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본회의 토론에서 "수적 우세인 정부 여당에 막혀 야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줄였어야 하나 줄이지 못한 추경예산, 국민 생존을 위해 증액해야 하나 증액이 거부된 예산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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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경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7월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민생 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추경안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 대변인은 "여야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위기 앞에서 국익을 우선한 초당적인 협력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준 것에 감사드린다"며 "이재명 정부는 현장에서 추경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히 후속 절차를 집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안 통과로 고유가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득 하위 70% 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과 대중교통비 할인 혜택 확대는 서민층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